▲ 엄주동 금융감독원 강릉지원장
▲ 엄주동 금융감독원 강릉지원장
아이작 뉴턴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르네상스형 인간의 전형이다.세간에는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하고 수세기동안 학생들을 괴롭힌 미·적분을 창안한 과학자로 유명하지만,실상은 과학보다 신학과 연금술에 더 매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또한 25년간 영국에서 조폐국장을 역임하며 동전 테두리에 톱니무늬의 화폐훼손 방지장치를 고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다재다능한 천재였던 뉴턴도 주식투자에서는 쓴 맛을 봤다.역사상 3대 버블 중 하나로 꼽히는 남해회사(The South Sea Company)에 거액을 투자해 2만파운드(약 20억원)의 손실을 보고나서 “나는 별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으나,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긴 일화는 유명하다.이처럼 천재들이 금융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망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2명의 노벨경제학 수상자(머튼, 숄츠) 등 다수의 유명 경제학자들과 월가의 고수들이 함께 설립했던 LTCM(Long-Term Capital Management)도 4년만에 파산하고 말았다.전문가조차도 금융시장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어려운 주식시장에 많은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뛰어들고 있다.주식시장 규모가 세계 13위로 개인투자자만 501만명에 달한다.1년 전(489만명)에 비해 2.5% 증가한 수치다.저금리와 경기부진 등으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돈을 벌었다는 주변 얘기만 듣고 무작정 뛰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지난해 3월 조선비즈 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매 6개월마다 개인과 외국인이 선호한 30개 종목을 선별해 분석해 보니 개인의 선호종목들은 많이 하락한 반면,외국인 선호종목들은 크게 상승했다고 한다.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고 나면 아무래도 ‘전문가가 급등종목을 찍어준다’는 식의 광고에 솔깃할 수 밖에 없다.이같은 광고를 하는 사람들은 대개 유사투자자문업자인데 이들을 금융회사나 여기에 소속된 투자전문가로 많이 오해하고 있어 큰 문제다.유사투자자문업자는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니며 누구든지 상호,소재지 등 간단한 신고만으로도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1대1 투자상담,주식의 매매·중개,자금대여·중개 등 중요한 투자관련 행위는 일절 금지되어 있고 오로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간행물·방송 등을 통한 단순 투자조언만 허용돼 있다.

올해 초 금융감독원은 1대 1 투자상담·불법일임 24건,‘누적수익률 350%’ 등의 허위·과장광고 19건 등 다수의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법행위를 적발했으나 여전히 일부는 단속을 피해 인터넷 카페 등에서 불법행위를 지속하고 있다.일부 투자자들도 이들의 조언을 맹신해 사실확인과 안전장치 없이 거액을 투자하거나 투자를 일임하고 있다고 한다.사실상 도박과 다름없는 위험한 행위이다.주식시장을 흔히 생물이라고 부른다.생물이 어디로 움직일지 모르듯이 설령 금융전문가라 할지라도 특정주식이 오를지,내릴지를 맞히기는 쉽지 않다.그러므로 주식투자에서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가 연구와 노력을 통해 좋은 종목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좋든 나쁘든 투자의 결과는 올곧이 투자자 자신만이 감당할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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