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숙한 오락 가운데 하나로 바둑을 꼽는다.큰 비용 없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 자랑이다.바둑은 여러 얼굴을 하고 있다.잡념을 없애고 시간을 보는 데 이만할 게 있을까 싶다.바둑판에 몰입하다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하루해를 넘기는 것이 순식간의 일이 된다.이럴 때 바둑은 더 없이 좋은 오락이며 소일거리이다.요즘말로하면 가성비(가격 대비 효용)가 높은 놀이가 될 것이다.

그저 놀이인가 하면 그것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한 판의 바둑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도 하고,가로세로 19줄의 바둑판에는 오묘한 우주의 조화가 숨어있다고도 말한다.실제로 한판이 완성되는 과정은 천변만화의 일이 벌어진다.포석과 중반,끝내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수없는 변수가 생겼다가 사라진다.승부 또한 끝까지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바둑을 ‘기도(棋道)’라고 하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입문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그 끝은 보는 것은 어렵다.조금 아는가하면 광대무변 새 지평이 펼쳐지곤 하는 게 바둑이다.도(道)의 끄트머리를 잡을 수 없듯이 바둑도 그 무궁(無窮)을 따라잡을 길이 없는 것이다.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바둑 또한 변화의 급류가 밀어닥치면서 입지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그러나 디지털 문명과 속도가 만들어 내는 현대사회의 병증은 오히려 바둑을 재조명하게 한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어린학생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큰 것이 바둑이다.한번 씩 번갈아 두고 결과가 왜곡될 수 없다는 점에서 과정은 공평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게임일 것이다.‘빨리빨리’를 외치는 과속의 시대에 생각의 힘을 길러주고 속도를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해준다.스마트기기에 중독돼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기 쉬운 요즘세대에게 그래서 더 절실하고 필요하다.이것이 바둑의 묘미이자 역설이 아닐까 한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고,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이후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두뇌스포츠로서의 진가를 인정한 결과다.지난달에는 바둑진흥법이 제정되면서 국가와 자치단체가 바둑경기와 학술행사 및 바둑단체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11월5일을 법정기념일 ‘바둑의 날’로 정했는데 바로 오늘이 첫 번째 기념일이다.한국바둑이 다시 한 번 우뚝 설 전기가 되길 바란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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