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산업 성장 걸림돌 ‘정보 규제’ 완화 한목소리

▲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와 독일 인데코(InDeKo)는 지난 9월 원주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에서 업무협약을 맺고 국제협력네트워크 기반구축에 상호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와 독일 인데코(InDeKo)는 지난 9월 원주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에서 업무협약을 맺고 국제협력네트워크 기반구축에 상호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원주의료기기 산업은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하지만 기술력에 점점 한계를 드러내면서 돌파구가 필요했다.지난 5~7월까지 국내외 의료기기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우리나라 전반의 의료기기 산업과 해외 의료기기 산업을 비교했다.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필수적인 요소인 디지털헬스케어 기술과 접목한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독일과 일본에 비해 뒤처져 있는 현실을 실감하는 계기였다.국내에서는 대구경북,충북오송 등 첨단의료복합단지 2곳과 수도권지역 첨단의료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성남을 돌아보며 디지털헬스케어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도 깨달았다.무엇보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개발도 필요하지만 의료기기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개혁을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취재현장에서 만나 사람들에게 국내외 의료기기 산업의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원격진료,건강정보 교류 활용 등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확산을 위한 의료계 이슈들이 규제의 틀 안에 갇혀있다.이 같은 규제는 시장 실패를 보정하고 의료공정성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요소지만 지나친 규제는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예를 들어 IBM 왓슨과 같은 기기의 도입을 의료법 등으로 규제한다면 국민들은 진단과 치료율 개선을 통한 건강 증진의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다.게다가 디지털 의료기기의 개발로 의료기관을 벗어난 곳에서 진단이 가능하게 됐지만 의료 서비스의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원격진료 허용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패러다임은 질병 치료의 시대에서 건강 수명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법과 제도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병원-기업간 의료데이터 유통이 어려운 상황이다.제도적으로는 모든 개인에게 사전동의를 받거나 병원 책임하의 비식별화 조치가 필요하다.기술적으로는 각 병원의 데이터 포맷이 상이해 표준 포맷으로 변경하는데 많은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병원-기업간 의료데이터가 유통될 때 병원에 대한 인센티브가 불분명하고 원본 데이터의 잠재적 가치산정이 곤란해 빅데이터 구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다시 말해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무엇보다 4차 산업의 핵심축에 해당하는 바이오헬스산업화를 위해서는 진단-치료-예방으로 이어지는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서비스 플랫폼 구축과 기업이나 연구소,병원 등과의 협력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원주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적합지인 것은 수요자 중심의 산학연 네트워크 구성이 잘 돼 있다는 것이다.공급자 중심인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사용자가 불편해서 못쓰는 경우가 많다.또 원주는 심사평가원에서 관리하는 환자 데이터들이 이미 준비돼 있다.전 국민보험을 하는 독일도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고 미국 또한 그렇다.의료기기 선진국들은 현재 데이터 축척을 시작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갖추고 있는 만큼 개인정보보호 규제에 대한 완화정책이 필요하다.원주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다품종 소량생산이어서 대기업이 참여하기는 어렵다.하지만 대기업에서는 구매력이 있고 전 세계적인 마케팅 파워가 있다.원주에서 10년 이상 의료기기를 전문으로 개발한 기업과 상생협력한다면 더 큰 성장을 이룰 것이다.”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산학연 협업이 중요하다.가와사키 중공업과 고베대학,중앙시민병원,그리고 고베국제의료교류재단 등이 참여해 내년 출시 목표로 일본산 수술지원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기존의 수술로봇 다빈치 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일본산 수술지원로봇은 사물인터넷,가상현실,원격조정 등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이 접목됐다.일본에서는 최초로 도입되는 것으로 바이오·헬스 관련 기업들이 제품 출시에 앞서 진행하는 임상시험을 지원하게 된다.앞으로는 고베의료산업도시에 위치한 후지쯔, NTT 등의 대기업과 연계한 제품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일본 역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규제로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어려움이 있지만 점차적으로 완화되고 있다.”

“돗토리현에는 치매환자를 비롯한 고령층 인구가 타 지자체에 비해 현저히 많아 첨단의료분야인 로봇과 AI(인공지능) 등 디지털 헬스케어와 접목한 의료기술을 통해 요양병원의 만성적인 간병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생활의료기기인 안마의자도 인공지능을 탑재해 이전에 사용했던 사람의 심전도와 혈압 등의 데이터를 기억했다가 최적의 서비스를 해주는 기술력을 선보이는 등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하지만 일본의 법률도 아직 변화하는 의료기술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기업이 제품을 신속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의료기기법,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향후 개인정보보호 등이 완화되면 빅데이터와 연계한 디지털헬스케어 제품개발이 본격화 될 것이다.”



“프라운호퍼는 기초연구에서 파생된 결과를 가공해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화시키는 응용기술연구기관이다.중소기업이 기본기술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이를 응용할 연구인력이나 생산 및 검증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프라운호퍼연구소는 독일정부를 통해 상당부분 지원받을 수 있어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현재 프라운호퍼연구소는 의료기기의 디지털화를 이루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빅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화된 의료진단시스템 개발을 수행하고 있는데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가 좋은 파트너이다.이미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전남대병원과 세포치료기술과 면역체계에 대한 협력연구를 시행했으며 바이오기술분야에서는 춘천시와 협력을 통해 상호 윈윈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원주의료기기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작은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생활의료기기 제품이 시발점이 됐지만 지금은 유사한 제품들이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대량으로 만들고 있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진단한다.중국과의 기술격차는 좁혀지고 독일,미국 등의 의료기기 기술력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따라서 자체 기술력이 없으면 선진국과의 협업을 통해 지속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야 한다.최근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와 독일에서 헬스케어 및 신성장 기업들의 혁신적인 연구를 장려하는 컨설팅 협회인 인데코(InDeKo)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원주에 있는 의료기기 기업들에게 유럽시장 진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컨설팅을 제공해나갈 계획이다.”



“바이오삭소니 협회는 독일 작센주지역에서 활동하는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기업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작센주 정부와 함께 의학의 디지털화와 원격진료를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특히 라이프치히에서 진행하고 있는 스핀랩(SpinLab)프로그램은 신생기업이 신속하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하지만 독일 역시 개인정보보호법이 헬스케어 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EU에서는 지난 6월 환자정보 보호를 위해 한층 강화된 법을 공표하기도 했지만 수년 내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원주와 글로벌 협력관계를 통해 동반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끝> 박현철· 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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