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맹자 양혜왕(梁惠王)편 상(上)에 나오는 말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맹자는 “백성들이 먹고사는 것이야말로 왕도정치의 시작이며 민본정치의 요체”라고 했다.도덕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 즉,민생이 먼저라는 것이다.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해야 비로소 윤리와 도덕이 생긴다는 가르침!요즘으로 치면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확대일 것이다.그때나 지금이나 ‘백성들의 배를 채우는 일’이 통치의 핵심.

강원도가 농업분야 국정감사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다.먹고 사는 문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농업 관련 지표가 역대 최악.국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농림수산분야 예산은 올해 기준 495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0% 수준에 그쳤다.2000년과 비교하면 반토막.농수산분야 공무원 수도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농가 소득은 지난해 처음으로 전국 평균보다 적은 3728만원을 기록했다.농림어업 생산액 또한 3조4393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11% 감소.농림어업 관련 예산과 조직이 축소되면서 농정 지표가 내리막길로 접어든 것이다.

강원도 농업의 미래를 생각하면 암담하다.통계청에 따르면 20~64세 농가인구는 2010년 10만7830명에서 2017년 8만4301명으로 2만3000명 넘게 감소한 반면,생산성이 낮은 고령 농가인구(65세 이상)는 2017년 6만4520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귀농·귀촌정책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귀촌인구의 80%,귀농인구의 63%가 ‘1인 가구’로 나타났으며 이마저도 젊은층은 찾아보기 어렵다.이런 상황에서 강원도의 농업정책이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오는 11일은 23회 농업인의 날이다.농업의 중요성과 가치를 생각하면 모두가 축하할 일이지만 현실은 냉랭하다.‘농업의 가치를 소중하게,농촌의 미래를 풍요롭게’라는 구호마저 썰렁하게 들린다.유감스럽게도 올해 ‘신지식농업인’로 선정된 강원 농업인은 전무하다.전국에서 선정된 16명 가운데 1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선정 기준은 기존 방식과 차별되는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하는 창의성,실천성,농업·농촌발전에 이바지한 사회공헌성 등이다.미래 농업을 선도할 차세대 리더마저 드무니 강원농업의 무항산(無恒産)을 걱정할 수밖에.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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