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소방관 PTSD 증상 호소
심신안정실 설치율 19% 불과
재활치료 한계 노출 지원 시급

9일 소방의 날을 맞은 춘천소방서 손병호(49) 소방위는 10년전 퇴계동 아파트 추락사 현장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당시 현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참혹했으며 시신은 사후강직까지 일어난 상태였다.20년 베테랑 구급대원이지만 이같은 고층 추락사고나 고속도로 교통사망사고 현장 등 처참한 광경을 보면 한동안 공허해 지고 악몽을 꾸기도 한다.

참혹한 사건사고 현장에 출동한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에 시달리는 도내 소방관이 한해 평균 100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이를 예방·관리하기 위한 심신안정실 설치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아 처우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8일 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5~2018년 현재) 정신건강검진 결과 PTSD 위험군으로 분류된 도내 소방관은 모두 310명으로 나타났다.이는 한해 평균 103명의 소방관이 PTSD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소방관의 심신을 달래주는 공간인 심신안정실의 설치는 턱 없이 부족해 재활치료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도내 119안전센터 71곳 중 심신안정실이 설치된 센터는 모두 14곳(19%)에 불과한 수준이다.서울의 경우 안전센터 116곳 중에 114곳(98.3%)에 설치돼 있으며 세종시도 설치 대상 안전센터의 75% 가량이 심신안정실을 갖추고 있다.

심신안정실은 소방대원의 정신건강 자가 치유공간으로 휴게시설이나 산소방,상담실 등이 운영된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심신안정실 1개 설치하는 데 약 5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간다”며 “예산 등의 이유로 모든 안전센터에 설치하기 보다는 지역 소방서 위주로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진 강원대 삼척캠퍼스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 예산이 지자체 소관으로 집행되다 보니 지역별로 소방 장비나 복지시설 설치 편차가 클 수 밖에 없다”며 “소방관의 정신건강 예방을 위한 심신안정실 설치 등은 소방청이 직접 지원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왕근 wgjh6548@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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