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화 동아시아단오문화 연구소  연구원
▲ 이경화 동아시아단오문화 연구소 연구원
세계 모든 민족은 다양한 형태로 고유의 신전(神殿)을 갖고 있다.그 대표적인 것이 그리스에 파르테논(Parthenon) 신전일 것이다.여기에 견주어 우리에게는 종묘(宗廟)를 꼽을 수 있다.그리고 강릉에는 단오제의 제의적 공간이었던 ‘대성황사’가 아닐까 생각한다.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각 도(道)와 군현(郡縣)마다 안녕을 기원하는 제신(祭神)의 전통이 있었다.오늘날에는 농·산·어촌에 있는 마을 서낭당이 그 맥을 잇고 있다.그러나 대성황사는 일제로부터 강제로 철거되고 그곳에는 그들의 신사(神社)가 들어서게 되었던 것이다.

파르테논 신전과 종묘,그리고 대성황사의 건축물은 모두 여러 신을 기리는 곳이다.대성황사는 범일국사,김유신 장군,이사부 장군,연화부인 등 전체 12신을 모셨던 곳이다.그리고 종묘에도 4계절의 첫달 상순, 정초·단오·한식·추석,동지의 납일과 매월 삭망(朔望)일로 정한 제례 행사를 600여 년간 지내오고 있다.이렇듯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유·무형의 복원과 전승의 맥을 함께하기에 그 위대함이 문화 감동으로 다가온다.

신성한 공간이었던 대성황사가 사라진 지난 100여 년의 세월 동안 단오제는 지금의 남대천 단오장에 ‘임시가설 제단’을 만들어 축제를 펼쳐왔다.여기서 ‘임시가설’이란 ‘항구적이 아닌 일시적인 동안,임시로 설치했다’는 뜻이다.분명한 것은 단오장의 제단은 임시가설이었기 때문에,그 뜻에 따라 제 자리로 마땅히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강릉단오제는 ‘원형 발굴과 복원,올바른 전승·보전’을 위해 조사·연구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왔다.2005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는 큰 성과를 낸 것도 이에 기인하는 바이다.

문제는 단오제 전승의 중심 공간이었던 ‘대성황사’가 훼철(毁撤)되었기에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온전했던 대성황사가 천재지변이나 그 가치의 소용을 다했기에 헐어 없앤 것도 아니다.외부의 침략에 의해 의도적으로 ‘못 쓰게 한 것’이다.천년의 축제를 온전히 지켜가는 것은 대성황사의 존재성과 그 기능을 회복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그리고 복원 후,단오제의 제의절차를 새롭게 재구성해 오늘의 축제 판으로 만드는 것이다.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현대적이라는 역설적 인식 속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그리고 대성황사 복원은 등재 당시 유네스코와 약속한 사항이다.

지방자치제와 함께 지방분권의 시대다.앞으로 전통문화 자원의 복원과 그 활용을 절실하게 요구할 것이다.지난 역사에서 지방행정기관이었던 강릉대도호부 관아도 15여 년에 걸쳐 복원돼 그 활용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그리고 얼마전 원주에서도 ‘강원감영’이 23년 만에 옛 모습을 되찾았다.이러한 것들이 크든 작든 도시를 도시다움으로 만드는 정책의 한 방법일 것이다.대성황사는 일제가 의도적으로 파괴한 것이다.그 상흔을 하루빨리 치유하기 위해서는 복원이 우선이다.그래야 강릉단오제의 신화와 전설을 품격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