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권위,명예,신뢰,존경은 이제 우리 사회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장사치가 저울을 좀 속이면 어떤가.장인정신이 투철하다던 독일,일본 사람들도 알고 보니 속임수를 써왔다고 하는데,뉴스에 허위와 과장이 조금 섞여있으면 어떤가.뭐라도 잘해보겠다는 의욕이 넘치다 보니 그렇게 된 일인데,그런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사태가 심각해질 경우 엄히 다스리면 될 일이다.사실 그렇지는 않지만 일단 그렇다고 해두자.그런데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 양심을 따르지도 않고,누군가의 의지를 좇아 심판하면 어떻게 될까?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진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사태가 심각해져도 해결 방법이 딱히 없다면 또 어떻게 될까?

모든 사회구성원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양심에 따라 최선의 노력으로 주어진 책무를 다한다.직업의 귀천을 따지자는 것도 아니고 의사와 법관을 둘러싼 최근의 일들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도 않다.하지만 굳이 의사와 법관을 하나의 켤레로 묶어 이야기하는 까닭은 우리의 건강과 생명,자유와 권리를 최종적으로 지켜준다는 의미에서 그들의 사회적 영향은 지대하면서도 근원적이기 때문이다.따라서 그들에게 고도의 전문지식은 기본이고 그들의 전문가적 결정과 실행이 지니는 무게를 고려해 엄격한 윤리도 요구된다.법관과 의사에게 최대한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권위와 명예를 부여하며 존경과 신뢰를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의 각종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는 전반적으로 서로 믿지 않는다.그런 상황에서도 다른 사회와 마찬가지로 의사와 판사에 대한 신뢰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그런데 지금도 그러할까? 그 사유가 무엇이고 정당한가를 떠나서 법원이 사법농단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드러난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한 법관도 거의 없다.법관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을 리 없고 그런 압력으로 판결이 달라졌을 리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의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수련의나 간호사에 대한 폭행과 폭언은 젖혀두고서라도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수술을 맡기는 일까지 드러났다.그 와중에 의료과실의 책임을 물어 의사가 구속되자 의사협회는 항의시위까지 한다.스스로 판단하지 않는 법관,스스로 진료하지 않는 의사를 신뢰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 바닥까지 떨어뜨린 권위를 지켜내기 위해 귀를 막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거나 심지어 집단행동에 나서는 일은 더 큰 나락으로 빠져드는 길이다.

진지한 성찰과 사과,자기 개혁만이 무너진 권위와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법관과 의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방식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 크다.법관과 의사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도 자기 개혁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그래서 법관과 의사에게 탄원서를 쓰고 읍소라도 하고 싶다.제발 좀 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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