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가져온 술을 “같이 마시자”고 한 뒤 이유 없이 시민을 폭행한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직위해제 됐다.이에 앞서 모 병원 응급실에서는 경찰 고위 간부가 ‘주취 갑질’을 벌이다 망신을 떨었다.“음주운전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며 음주운전처벌강화법을 대표 발의한 검사 출신 국회의원은 정작 자신이 폭탄주를 마시고 운전하다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간암 판정을 받고 병보석으로 풀려난 모 그룹 전 회장은 7년 동안이나 거의 매일 밤 술파티를 벌이다 ‘황제 병보석’ 논란에 휩싸였다.인터넷 개인방송 BJ가 음주운전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도 벌어졌다.모두 술이 부른 화근.

주취폭력과 주취 난동에 따른 피해는 공사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지난 5월 고 강연희 소방관이 전북 원광대학교 병원 앞에서 40대 취객의 폭언과 폭행으로 숨졌고,거제에서는 50대 여성이 20대 남성의 무차별 주취폭력에 목숨을 빼앗겼다.강릉을 비롯한 전국의료기관이 주취자의 폭력과 난동으로 피해를 입자 ‘주취 폭력을 엄벌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어지기도 했다.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7년 응급의료 방해 등 관련 신고 및 고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신고 사건의 60% 이상이 주취 폭력으로 나타났을 정도.

주취 폭력에 따른 피해가 점증하고 있으나 처벌강도는 유난히 낮다.거제사건의 경우 처음엔 처벌수위가 낮은 상해치사죄가 적용됐으나 검찰이 뒤늦게 살인죄를 적용했다.주취감경을 인정하지 않은 것.사회분위기도 강경하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전체 회의를 열어 응급실 의료인 폭행 시 가중 처벌하는 법안을 상정키로 의견을 모았다.만취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를 경우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해주는 ‘주취 감형’ 판결에도 영향을 줄 전망.

우리 국민의 술 사랑은 유별나다.소비량도 아시아 최고 수준.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주소비량은 130만9000㎘로,360㎖들이 36억3600만병이다.20세 이상 4204만명이 1인당 87병을 마셨다는 얘기.세계에서 15번째로 술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답게 음주와 음주범죄에 대해서도 관대하다.그러나 이젠 이 같은 행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 같다.음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고,범죄행위에까지 국민혈세를 퍼부을 일이 없으니….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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