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삶은 예쁘다.말해 놓고 보니 더 예쁘다.한적한 시골마을 옛집에서 농작물을 키우고,삼시세끼 정성들여 지은 밥을 먹는 삶.나무와 풀 바람 공기 햇볕이 한데 어우러져 그야말로 자연스럽다.한폭의 수채화!그런 그녀에게 묻는다.“이런 삶을 놔두고 왜 그렇게 살았어?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질문에 대한 답은 어디에도 없다.그저 묻는 이의 상상에 맡길 뿐.연초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영화 속 여주인공(김태리)의 삶이 답이라면 답.

‘리틀 포레스트’는 우리 시대 청춘들의 아주 특별한 ‘사계절 이야기’다.‘청춘’을 빼도 상관없는,우리 모두의 이야기!봄 여름 가을 겨울이 상징하듯 우리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굴곡지고 비틀어져 숨 쉬기조차 어려운 때가 왜 없으랴.영화는 그런 삶을 살갑게 어루만진다.뭐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말한다.그 괜찮음은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 아닌 격려!열심히 살아온 날에 대한 위로다.내가 나 자신에게 건네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춘천 석사천을 따라 점점이 뿌려진 ‘시민정원’과 경포 호수길은 그 자체로 ‘작은 숲’.시민 정원이 특히 인상 깊다.산책로 옆 공간을 10㎡(약 3평)씩 나누어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정원을 꾸민 것.버려진 자전거에서 코스모스가 피고 너덜너덜한 운동화에서 상추가 자란다.축구공 반쪽은 우주로 비상하는 민들레 차지.이 얼마나 발칙한 상상력인가.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3평의 자유!

시를 짓는 한명희 교수(강원대 영상문화학과)의 ‘유월에서 일월까지’와 ‘봄,새벽’을 읽다보면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석사천 ‘작은 정원’이 자연스럽게 겹친다.시인은 ‘…유월 지나고 다시 일월/내 것이 아닌 것만 같은 기억들/새록새록 살아났다(유월에서 일월까지)”며 다시 일어서는 ‘나’를 어루만진다.‘봄,새벽’은 더 노골적이다.“시를 쓰는 내가 좋고/시를 쓰는 나를 좋아하는 내가 좋고/나도 이런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도 하는구나/깨닫는 게 좋고/그 깨달음을 준 게 시라는 게 더욱 좋고/뭐랄까 시가 자꾸 써질 것 같은 느낌이 좋고/느낌이 좋아서 좋고/좋다고 자꾸자꾸 말하니 좋고//내가 미쳐가는 것은 아닌가 싶은/봄,새벽’이라고 읊었으니….시에서 그녀의 숲이 커가고 있지 않은가.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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