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속초 도루묵축제
16∼25일 도루묵 축제 개최
영양성분 풍부 조리법 다양
알 실하게 밴 겨울이 제철

도루묵의 계절이다.매년 11월부터 시작해 겨울철이면 속초를 비롯해 동해안 항·포구에서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불을 피우고 도루묵을 구워 먹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갓 잡아올린 생물 도루묵을 노릇노릇 구워먹는 맛은 한겨울 칼바람 추위도 잊을 만큼 중독성이 있다.



▲ 도루묵 연탄구이
▲ 도루묵 연탄구이
▲ 도루묵 찌개
▲ 도루묵 찌개
▲ 도루묵 구이
▲ 도루묵 구이
“말짱 도루묵”

우리가 애쓰던 일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흔히 부르는 말이다.도루묵에는 재미난 옛 이야기가 전해진다.도루묵은 한때 왕이 먹고 반한 물고기였다.조선의 14대 왕인 선조가 임진왜란 중 피난길에 ‘목어(木魚)’라는 생선을 먹고 맛있어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난이 끝난 후 궁궐에서 ‘은어’를 다시 맛보았는데 예전 그 맛이 아니었다.그래서 원래 이름으로 다시 부르라며 “도로 목어라 부르라” 했다.그래서 “도루-묵”이 됐다.그러나 영양성분이 가득하고 생물 구이와 알도루묵으로 끓이는 찌개,꾸덕하게 말려 졸이는 조림 등 여러 음식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도루묵 입장에서는 분명히 억울한 표현일 것이다.

도루묵은 냉수성 어종이다.여름에는 동해 깊은 바다에 서식을 하다가 겨울철 산란기에 이르면 연안으로 몰려들고 이때에 그물로 잡는 것이다.알이 들어 연안에서 잡히는 시기가 양미리와 거의 겹친다.그래서 겨우내 속초항에 들어오는 조그만 어선들은 도루묵이나 또다른 겨울철 별미인 양미리가 가득 실린 어선이라 보면 거의 맞다.

▲ 어민들이 도루묵을 내리고 있는 모습.
▲ 어민들이 도루묵을 내리고 있는 모습.
▲ 말려지고있는 도루묵.
▲ 말려지고있는 도루묵.
도루묵은 지느러미와 꼬리 정도만 떼어낸 후 끓이거나 굽거나 조려 먹는다.또 고춧가루,마늘,파 등 갖은 양념에 얼큰하게 끓인 도루묵찌개 한 냄비면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특히 식도락가들이 도루묵을 찾는 이유는 바로 ‘알’때문이다.도루묵의 알을 익히면 겉면에 미끌한 점액이 묻어나고 치아 사이에서 토독토독 터지는 식감을 즐길 수가 있다.이는 별다른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 오독오독 씹으며 허기를 달랬던 추억의 맛으로 먹거리가 넘쳐나는 현대에 들어서도 사랑을 받고 있다.

알이 실하게 밴 것들을 굵은 소금 흩뿌려 석쇠에 구워주는 도루묵 구이도 좋다.젓가락으로 발라내지 말고 과감하게 손으로 들고 후륵후륵 먹는 것이 요령이다.고소한 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고 탱탱한 알은 쫀득하게 씹힌다.팬에 무를 깔고 도루묵을 올린 후 양파,마늘,대파,양념장을 넣고 조리면 애주가들에게 최고의 안줏감인 도루묵조림이 된다.

속초에서는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속초e마트 건너편 주차장 일대에서 도루묵 축제가 열린다.행사장에는 수십개의 포장마차가 운영되며 각 점포마다 도루묵을 생으로 팔거나 현장에서 구워먹을 수 있다.만추와 초겨울 사이 속초바다를 바라보며 도루묵 구이를 맛보며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박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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