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9월 18일 북한잠수함이 강릉으로 침투했다.그때부터 49일 동안 강릉·평창·홍천·인제 등에서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전투가 벌어졌고,강원지역은 전시상태가 됐다.북한군은 26명 중 24명이 사망하고,1명은 생포,1명은 월북했고,남한은 군인 12명,예비군 1명,경찰 1명,민간인 4명이 사망했다.이로인해 지역주민들은 생활의 불편을 겪었고,관광객이 전혀없어 25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후유증이 엄청났다.

2년 후인 98년 11월 18일 동해항에서 금강산관광이 시작됐다.2003년 9월부터는 고성지역 휴전선을 넘는 육상 금강산관광이 시작됐다.2007년에는 내금강관광으로 확대됐다.금강산 관광으로 남북 평화시대는 계속 이어지는 듯 했다.그런데 2008년 7월 11일 박왕자 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금강산관광은 중단됐고,다시 냉전시대로 돌아갔다.강원도는 금강산관광으로 연간 2000억 원의 경제효과를 거뒀지만,금강산관광 중단 후 고성지역 경제피해는 수천억 원에 이르고 있다.그후 천안함·연평도 포격·휴전선 지뢰폭발사건 등 냉전시대가 10년동안 이어졌다.강원도는 냉전과 평화시대의 차이를 직접 체험했다.

올해 평창올림픽을 시작으로 남북 정상이 3차례 만나면서 평화시대가 다시 왔다.남북 평화시대는 금강산관광 재개·동해선 연결 등 강원도가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그래서 강원도는 점진적 평화통일 모델인 평화 특별자치도를 추진하고 있다.강원대는 내년에 대학원에 국내 최초로 평화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북한의 대남침투사건의 3분의 1일은 강원도에서 발생했다.그만큼 강원도는 남북 냉전시대 최대 희생양으로 살아와 어느 지역보다 평화시대를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은 평화보다 냉전의 시간이 훨씬 길었다.남북 평화시대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남북 평화시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배려가 전제되어야 한다.남북과 북미 관계는 언제라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현재의 평화시대는 살얼음 위에 있는 형세라고 한다.한반도를 냉전에서 진정한 평화시대로 돌리기 위해선 냉전시대 최대 피해지역인 강원도에 불가역적인 평화지역 지정이 필요하다.또다시 남북이 냉전시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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