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강의 밤에는 연주,강의실 밖 교수들의 뜨거운 늦바람
2004년 최수영 교수 주도 결성
아티스트 꿈꾸던 교직원 참여
14년째 위문공연·수익금 기부
가발쓰고 권위 내려놓은 공연
학생과 가깝게 소통하는 계기
“끝까지 살아남는 밴드 목표”

▲ 한림대 교직원으로 구성된 ‘늦바람 밴드’ 14주년 자선공연이 지난 6일 한림대 일송아트홀에서 300여명의 관중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지난 6일 오후 한림대 일송아트홀.관객석을 가득 채운 무대 위에서 넥타이와 구두를 벗어던진 교직원들이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청바지와 통기타 세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그들은 국내 유일 교직원 록 밴드 ‘늦바람 밴드’다.

어린시절 여느 또래 학생들처럼 음악을 좋아했고 아티스트라는 꿈을 안고 살았던 그들이지만 부모님과 주변의 보수적인 시각에 꿈은 뒤로한채 평범한 학생이 돼 공부를 했다.시간이 흘러 학생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직원이 됐지만 그동안 억눌렸던 끼는 감추고 살아갈 수 없었다.

밴드를 결성했지만 보수적인 교직원 사회에서 밴드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기도 한다.늦바람 밴드의 리더는 내년 퇴임을 앞둔 최수영 교수.어린시절부터 음악에 큰 관심을 가졌던 그는 교직 생활과 연구로 인해 생긴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들을 해소하기 위해 2004년 밴드 결성을 추진했고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1988년 학교에 첫 부임한 최 교수는 노래 동아리 지도교수로 활동하다 우연히 학생들에게 드럼을 배웠다.다시 음악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고 교직원들을 모집해 밴드를 결성했다.

▲ >> 한림대 늦바람 밴드    ■ 드럼-최수영 바이오메디컬학과 교수   ■ 리듬기타· 보컬-최성찬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 키보드-정혜선 심리학과 교수   ■ 베이스기타-남경아 간호학부 교수   ■ 리드기타-정항섭 행정지원처 직원
▲ >> 한림대 늦바람 밴드
■ 드럼-최수영 바이오메디컬학과 교수
■ 리듬기타· 보컬-최성찬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 키보드-정혜선 심리학과 교수
■ 베이스기타-남경아 간호학부 교수
■ 리드기타-정항섭 행정지원처 직원
밴드 결성후 음악에 대한 꿈으로 모인 이들은 또다른 목표를 만들었다.교수라는 직분에서 교수와 학생들의 관계가 강의실 뿐만 아니라 음악을 통한 강의실 밖 활동을 통해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밴드 공연을 통해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공연에 참여하고,교감을 통해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그렇게 정기 공연을 결심,학생들과 더 가까워졌고 서먹했던 학생들은 더욱 친근하게 이들을 대했다.학생들과 한 공간에서 색색의 가발과 선글라스를 쓰고 신나는 음악을 공연 하는 모습으로 학생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학생들과의 소통 뿐만 아니라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늦바람 밴드는 한림대가 운영 중인 5개의 병원을 찾아 환자 위문공연을 하고 있다.음악이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찾아줄 수 있게 할 거란 생각때문이다.

또 공연을 통해 정성들여 모인 수익금은 지역 내 장애인협회,복지관등에 기부,소년소녀가장돕기,무의탁노인돕기 등에 사용토록하고 있다.하지만 이번달 공연은 적자였다.기부금은 350여만원 모였지만 음향이나 조명 등 각종 비용으로 600만원이 지출됐다.그래도 그들은 마냥 즐겁다.이번 공연 후에는 교수밴드가 직접 마련한 기금으로 지역 소외 이웃에 전달할 예정이다.

바쁜 강의 일정과 밴드 활동을 함께하기도 쉽지는 않다.연습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다.물론 강의가 모두 끝난 늦은 저녁에 진행된다.해외 출장과 수업,실험 등 바쁜 일상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공연 전에는 벼락치기로 밤샘 연주를 하기 일쑤다.

특히 14년을 유지해온 록밴드다 보니 연습 시작 후 30분만 지나면 멤버들이 하나둘 의자에 앉기 시작한다.늦바람 밴드 리더 최수영 교수는 “초창기에는 안그랬는데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 거죠”라며 미소짓는다.하지만 이들의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매 연습시간마다 젊은세대들이 좋아하는 노래연주 연습도 빠트리지 않는다.

꿈을 찾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지만 10여년간 새로운 가치로 지역과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멤버들.어느덧 희끗희끗해진 머리카락과 바쁜 일정에 밴드 생활이 부담스러울 법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록밴드를 이어갈 생각이다.늦바람 밴드의 최종 목표는 수십년이 지나도 지금과 같은 밴드로 살아남는 것이다.언제나 열정 넘치게 즐기며 학생들에게 새로운 교육방법으로 다가가고 이웃을 도우며 세상 모두와 가까워질 수 있는 밴드가 되고 싶다.‘늦바람’이라는 밴드의 이름처럼 나이 들어 늦게 난 난봉이나 호기라는 의미와 함께 저녁 늦게 부는 바람의 의미처럼 편안한고 안락한 밴드로 남을 계획이다. 김도운 help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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