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강릉 참깨책방 깨북
강릉 초당동 10평 남짓 공간
소수취향 저격 독립출판서점
개성만점 서적들 색다른 매력
희소성 높아 전국서 문의쇄도
포토북·엽서제작 체험도 운영
책으로 긍정 에너지 전하고파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이 장악하고 있는 도서시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승부수로 던져 소수취향을 저격한 ‘독립출판서점’이 전국적으로 인기몰이 중이다.강릉에서는 지난 2014년 강릉 최초의 독립출판서점 ‘물고기 이발관’이 문을 열어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하지만 주인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찍 문을 닫게 될 위기에 처했고,평소 독립출판서적에 관심을 가져오던 안상현,권현희 부부를 만나 지난해 ‘참깨책방 깨북’(이하 깨북)으로 새롭게 태어나 그 부활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

강릉 도심에서는 조금 떨어진 초당동에 자리 잡은 깨북.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이상 방문이 쉽지 않은 곳에 둥지를 틀었음에도 많은 여행객들이 찾고있다.하얀색 외관의 건물은 아기자기한 카페나 공방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지나가는 여행객들을 유혹한다.책방에는 별다른 간판이 걸리지 않아 입구에 놓여있는 OPEN이라 적힌 노란색 미니입간판만이 현재 운영 중인 가게임을 알린다.

책방에 들어서면 10평 남짓한 공간에 가지런히 진열된 책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개성을 뽐내며 손님을 반긴다.수필,그림책,잡지 등 다양한 종류의 책들은 기성화 된 시스템아래 획일적으로 출판된 대형서점의 책들과 달리 작가가 표지 디자인부터 편집,가격 책정까지 직접 참여해 책마다 고유의 색감과 글맛 등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농사에 관한 책의 경우 실제 씨앗이 동봉돼 있는 등 깨북의 책들은 책을 펼치는 방문객들에게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즐거움을 선물한다.

깨북에서 판매되는 책들은 희소적 가치에서도 돋보인다.개인이 제작하다보니 적은 양을 찍어내 수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특히 시중에서 팔지 않고 오직 독립서점에서만 취급되는 책들이 많아 하루에도 몇번씩 전국에서 문의전화가 온다.깨북의 베스트셀러는 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인터뷰 위주의 책들이다.소설이나 전문서적의 입고가 적은 탓도 있지만,찾아오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자신과 닮은 이야기에 공감하고 반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안상현 깨북대표
안상현 깨북대표
깨북의 또 다른 볼거리는 책방 입구에 자리잡은 ‘아트상품 진열대’다.언뜻보면 일반 잡화점에서 파는 관광상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진열대 위에 놓인 머그컵,엽서,박스 테이프,아트 포스터 등에는 신사임당과 허난설헌,경포대와 강릉커피축제,임당동 일원 등 강릉이 자랑하는 역사인물과 명소가 한가득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또 책이 생소해 고르기 어려워하는 분들이나 본인한테 선물을 주고 싶다는 분들을 위해 한쪽 구석에는 깨북선물꾸러미가 럭키박스처럼 준비돼있다.

뿐만 아니라 깨북에서는 주말에 방문하는 손님 중 체험을 원하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미니포토북과 엽서제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강릉출신 고기은 작가가 문구 제작을 도와주는 등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남길 수 있어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지난 7~9월에는 정부 프로젝트 중 하나로 한 달에 마지막주 금요일 자정까지 책방을 열어 신청자들이 책도 보고 이벤트를 즐기는 심야책방 프로그램을 신청해 시민들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등 SNS 영향으로 깨북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책방을 노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기쁜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가는 독립출판서점만을 매력이 사라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깨북을 일종의 추천 여행지라 생각하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전시관 감상하듯 둘러보고 가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또 일부 방문객들은 책을 구매하기 전 작가의 이야기를 충분히 공감하고 구매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져다놓은 샘플책을 구기는 등 함부로 대하고 책 내용 전부를 사진으로 찍어가거나 휴대폰 충전을 하러 들리기도 한다.

햇수로 2년째 책방을 운영 중인 안상현,권현희 부부는 “책방을 운영하며 진정으로 책을 사랑하는 분들과 만나며 좋은 에너지를 얻고 있다”며 “앞으로도 책을 사랑하고,강릉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깨북’을 운영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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