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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장과 손편지

김영식 2018년 11월 23일 금요일
▲ 김영식 강릉우체국장
▲ 김영식 강릉우체국장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연하장(年賀狀)이 쏟아져 나온다.연하장은 카톡이나 SNS에 밀려나 뒷방 신세가 된지 오래지만 우체국이나 문구점에는 새로 나온 연하장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우정사업본부는 연하카드 7종 연하엽서 1종을 발행해 지난 11월 5일부터 전국 우체국에서 판매하고 있다.민중서림에서 발간한 국어사전에는 연하장을 ‘새해를 축하하는 글을 적은 간단한 내용의 서장’이라고 한다.연하장은 15세기 무렵 독일에서 그리스도 탄생과 새해 축하 카드를 동판에 인쇄한데서 기원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하장은 1900년 우정총국에서 전국 우체사로 보낸 연하엽서였다.우정총국 관리들이 한복을 입고 찍은 단체사진 밑에 새해인사 글을 넣었다.이후 일제강점기 때 고향을 떠나 살던 사람들이 부모님께 보내는 안부편지로 활용하면서 이용량이 증가하기 시작했고,1950년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시대를 지나면서 이메일이 나오기 전까지 크리스마스 카드와 함께 연하장이 호황을 누렸다.

필자는 연말이 되면 우표가 인영(印影)된 우체국 연하장을 사서 손 글씨로 새해 축하 편지를 쓴다.물론 봉투에도 받을 분의 주소와 이름을 쓴다.그냥 인쇄된 글씨와 정형화된 글귀로 치장된 연하장을 받아 보면 아무 느낌이 없다.정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연하장에서 느낄 수 있는 건 누가 보냈구나 하는 정도다.카톡이나 메일은조금 낫지만 손 글씨로 정성들여 쓴 연하장에는 미치지 못한다.

손 편지가 좋다는 건 아는데 막상 펜을 들면 막막하다고 한다.생각하고 쓰는 게 아니고 쓰다보면 생각이 난다.손 편지하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난다.어머니는 시집온지 25년 동안 글을 모르고 살다가,필자한테 글을 배웠다.글을 깨친 후 멀리 떠나 있는 필자에게 손 편지를 보내왔다.연필심에 침을 묻혀 삐뚤빼뚤 한자 한자 적어 내려간 손 편지를 받아들고,필자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또 있다.군대 간 아들이 훈련소에서 보내온 이등병 편지,아내와 데이트할 때 주고받았던 연서(戀書)는 지금 읽어 봐도 가슴이 따스해진다.과장 시절 편지지 한 장에 후배들이 돌아가며 빼곡히 적어 보낸 손 편지를 읽으며 가슴 뭉클했던 감동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다.

손 편지의 위력은 대단하다.2016년 8월 시리아 폭격으로 피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구급차에 실려가던 알레포 소년 옴란다크네시가 생각난다.미국 뉴욕주 스카즈데일에 살던 여섯 살 소년 알렉스는 그를 동생으로 삼고 싶다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손 편지를 썼다.오바마 대통령은 소년을 백악관으로 초청해서 격려했고,2016년 9월 뉴욕 난민정상회의에서 소년의 손 편지를 소개하기도 했다.손 글씨에는 그 사람의 성품이 들어 있고,손 편지에는 그 사람의 정성이 들어 있다.연말에는 카톡이나 SNS가 아니라 우체국 연하장을 사서 손 글씨로 정성들여 쓴 손 편지 연하장을 보내자.혹시 아는가?‘여섯 살 소년 알렉스’처럼 당신에게 무슨 좋은 일이 생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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