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환 위원장이 11년 만에 독대하는 등 올해 초 민주노총과 정부는 그 어느때보다 우호적인 관계였다.지난8월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 회의에 복귀하면서 최고조에 이르렀다.그러나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우호적인 관계는 이어가지 못했다.친했던 사람이 틀어지면 원수보다 더 나쁜 적대관계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민주노총과 정부가 그랬다.

지난 6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국회에서 “민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조금 더 사회적 책임을 나누는 결단을 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에 사회적 책임을 주문했다.민주노총은 이틀 후인 지난 8일 한국GM노조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지역사무실을 점거했다.그러자 홍 대표는 “민주노총이 항상 폭력적 방식이고 자기들 생각을 100% 강요하려 한다.너무 일방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민주노총은 하루 뒤인 13일 대검찰청 점거 농성으로 이어졌고,‘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거친말까지 써가며 21일 총파업을 펼쳤다.이에 조국 민정수석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만의 정부가 아니다”고 했다.결국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민주노총 없이 22일 출범했다.민주노총과 정부·여당은 한달동안 서로 험한 말을 쏟아냈다.

이런 와중에 민주노총 소속 대한·대동운수 조합원들이 춘천시의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춘천시의회는 지난 23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춘천시가 48억 원을 들여 시내버스 차고지를 매입하는 공유재산관리계획안 등을 심의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소속 대동·대한운수 조합원들이 춘천시의회 본회의장을 점거해 농성을 벌여 본회의가 7시간 연기됐다고 한다.

강원도내 지방의회가 1991년 출범 후 이해당사자들의 본회의장 점거로 본회의가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이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다.민주주의의 작동원리는 합의에 있다.아무리 좋은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물리적 방법으로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를 받기 어렵다.각종 단체가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지방의회를 점거하면 민주주의는 유지될 수 없다.노조원들의 답답한 심정은 이해 가지만 합의될 때까지 대화에 임하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이것이 민주노총이 ‘민주’라는 글자를 사용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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