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만큼 남은 해가

꼴깍 떨어지면

볕을 향하던 나무들은 땅거미 속으로 들어가고…

아버지는 소가 좋아하는 부드러운 들미를 베어

지게꼬리로 조여 장구통처럼 걸머지고

다잡은 소고삐를 몰아대며 집으로 향할 때

마당에는 멍석이 펴지고 모깃불이 피어오르며

새로운 세상이 열린 듯

총총하게 박힌 별들 사이

박쥐들이 떼 지어 날고

풋고추 오이냉국에

감자와 옥수수를 삶아 쟁반위에 올린 어머니가

어서 와서 밥 먹으라 부르는 소리

어둑한 어둠에 잠겨 가슴 가득 차오르는

평화롭고 훈훈한 우리농촌

나는 다시 그곳으로 들어가

어머니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싶다

정설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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