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봉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 김기봉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짧은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성큼 다가오는 요즘 날씨다.국회와 지방의회는 예산전이 치열하다.벌써 신년음악회 ‘웹자보’가 SNS에 등장한다.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재단들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 공모 선정사업 준비로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준비하는 자치단체들이 모두 선정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경쟁률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문화도시로 선정되는 지역에 살게 되면 내 삶이 과연 문화적이 되는 것일까?문화적인 삶이란 무엇일까?책이라도 하나 더 읽고 전시나 공연이라도 찾아보게 된다는 것일까?작가나 예술가들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가?그들의 창작 활동은 제대로 보상을 받고 있는 것일까?경제적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러한 일들은 그들은 왜 하는 것일까?언젠가 보상이 이뤄지리라고 믿고 오늘을 견뎌내는 것일까?과연 그러한 날들은 오는 것일까?정부는 왜 자기들이 좋아서 하는 창작활동과 예술행위를 지원하는 것일까?생활문화 공간들이 많아지게 되면 나의 일상이 과연 문화적이 되는 것일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부족한 것보다 많으면 좋을 것이다.하지만 국가 재정을 들여 하는 사업은 국민들의 혈세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해야 한다.과연 문화예술은 우리의 삶과 어떤 관계에 있으며 삶에 어떤 변화와 영향을 주는 것일까?공무원들이나 문화재단들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가지고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일까?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이란 말이 있다.‘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뜻이다.문화예술이야말로 대표적인 ‘소확행’이 아닐까 싶다.사람답게 살려면 사람다운 삶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먹고 살기만 하는 것을 짐승적 삶이라면 무언가를 보고 생각하고 느끼며 공감하고 감동한다는 것이야말로 문화적인 삶일 것이다.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경제적 삶이라면 생각하면서 사는 문화적 삶은 분명 질이 다를 것이다.그래서 책을 읽고 전시를 보고 공연을 찾는 것이다.그래서 우린 문화적 삶을 ‘삶의 질’이라고 말한다.

문화적 삶이란 나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풍부해지며 여유로워지는 것이다.그렇다면 문화도시를 추진한다는 것은 지역에 거주하는 예술가나 단체들의 창작환경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주민들의 삶의 질을 보다 나아지게 하려는 노력이자 준비일 것이다.

그런데 이해관계 당사자들인 창작자나 단체,주민들은 문화도시가 무엇인지조차 잘 모른다.준비하는 사람들만 이 사업이 200억짜리 프로젝트이고 예산을 따내기 위해서 지자체들이 열심히 준비한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돈이 생기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생각 이전에 지역사회에서 묵묵히 활동하며 오늘을 힘들게 살아내고 있는 예술가와 단체들의 ‘겨울 살이’부터 걱정해주고 대비해주는 것이 최소한의 자세와 태도 아닐까?그런 자치단체만이 문화도시를 추진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하자면 욕먹을 소릴까?이래저래 예술가와 단체들에겐 추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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