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삼척 이사부길
한국 아름다운 길 100선
삼척항∼해변 4.8㎞ 구간
급경사·곡선 운전 짜릿
기암절벽·해송림 빼곡
해맞이 명소 '소망의 탑'

▲ 삼척 이사부길은 올해초까지 새천년도로라 불렸다.이 도로를 따라 달리다 만날 수 있는 삼척해변 전경. 사진제공=삼척시청
▲ 삼척 이사부길은 올해초까지 새천년도로라 불렸다.이 도로를 따라 달리다 만날 수 있는 삼척해변 전경. 사진제공=삼척시청
찬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초겨울 문턱,집안에 있으니 몸이 근질 거리고 밖으로 나가니 움츠러든다.차안에서 경관을 감상하며 속도감을 맛보는 드라이브 여행이라면 추위 걱정없이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드라이브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코스는 단연 해안도로.그 중에서도 삼척 앞바다를 끼고 있는 이사부길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안 드라이브 명소다.



▲ 소망의 탑.
▲ 소망의 탑.
■ 절벽 위 아슬아슬 스릴 만점

이사부길은 올해초까지 새천년도로로 불렸다.뉴 밀레니엄을 여는 지난 2000년 만들어져서 붙은 이름이다.해안도로 이름치고는 다소 딱딱하고 생뚱맞은 감이 없지 않았는데 신라장군 이사부가 삼척을 대표하는 브랜드인 점을 감안하면 제이름을 찾은 듯하다.이사부길 인근에는 이사부 장군이 우산국 정벌을 위해 출항한 오분항도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이사부길은 이름값을 하듯 삼척항에서 삼척해변까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4.8㎞ 내내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이사부길 입·출구인 삼척항에 들어서면 코를 찌르는 짠내와 곳곳이 젖어 있는 길바닥이 항구 마을임을 새삼 가르쳐준다.손님맞이에 바쁜 횟집거리 뒤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산동네는 예스러운 정취를 물씬 풍긴다.

횟집거리를 벗어나자 마자 쭉 뻗은 이사부길 옆으로 탁트인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길 옆으로 주차장이 있어 초행길이면 으레 차를 세우게 된다.차에서 내려 몇 발자국 걸으면 우선 감탄사가 나오고 이어 멍하니 바라본 뒤 휴대폰을 꺼내들어 한컷 찍게된다.차량에 오르지만 곧 다시 브레이크에 발이 간다.물위로 드러난 갯바위가 절경을 이루고 있어서다.

갯바위를 뒤로하고 엑셀을 밟으면 몸이 살짝 뒤로 젖혀지는 오르막길이 나온다.여기서부터 이사부길의 백미다.조금 더 지나면 가속페달에서 묵직함이 느껴진다.경사 뿐만 아니라 핸들을 크게 좌로 돌리다 다시 우로 틀어야하는 곡선 구간이 나온다.안전을 위해 한눈팔지 말라는 듯 바다 쪽으로는 해송이 둘러쳐져 있다.내리막길 역시 구불구불 휘어지고 경사가 가파라 긴장감과 짜릿함이 전해진다.운전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S자 코스는 숨 고를 틈도 없이 계속된다.

▲ 이사부길.
▲ 이사부길.
■ 넘실대는 파도에 가슴이 뻥

첫번째 언덕 정상에 오르면 바다가 발밑에 놓인다.바다를 눈높이에서 마주했던 초입새와 달리 정상에서는 바다를 내려다보지만 끝없이 펼쳐진 바다의 웅장함에 오히려 주눅이 든다.

정상 옆으로는 소망의 탑이라고 불리는 공원이 있다.소망의 탑에는 건립 후원자 3만3000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그 아래에는 새로운 천년의 시작을 기념하는 타임캡슐이 묻혀있다고 한다소망의탑은 오션뷰를 감상하는 포인트로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해 카메라를 들이대면 포즈와 무관하게 ‘인생샷’이 나온다.

소망의탑은 해맞이 명소이기도 해 새해 아침이면 관광객이 발디딜 틈없이 북적인다.소망의탑을 내려오면 바다를 품고 있는 조그만 만(灣)이 나오는데 여기 역시 손꼽히는 포토존이다.출렁이는 파도가 당장이라도 덮칠 듯 바다와 가까워 살짝 겁도 난다.비치조각공원도 소망의탑 못지 않은 사진 촬영 명소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바다 모습이 달력에서 본 듯한 풍경이다.비치조각공원은 현지인들이 점심식사 뒤 커피나 차를 마시기 위해 즐겨찾는 노상 카페이기도 하다.검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어우러진 기암절벽과 해송림은 선굵은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산수화 중에서도 한 획 한 획 그은 듯 힘찬 기운이 느껴지는 작품을 보는 듯하다.이사부길의 또 다른 시·종점인 삼척해변은 2년여 전 쏠비치호텔&리조트가 들어선 뒤 ‘촌티’를 벗어 찾는 발길이 늘고 있는 중이다.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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