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포츠컵 대회,북측선수단 특별취재를 마치고

▲ 이다슬 원주 북원여고
▲ 이다슬 원주 북원여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우리에게 북측은 교과서 끝자락에 몇 줄,간혹 탈북민들이 TV에 나와 ‘꽃제비’,‘목숨을 건 탈북’ ,‘길거리 썩은 음식을 먹는’ 등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전부였다.나는 교과서를 통해 북에서는 아이스크림은 ‘얼음보숭이’,친구를 ‘동무’라 말한다 배웠다.이런 배움은 이번 대회 기간 중 만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는 아무런 영향도,도움도 되어 주지 못했다.북측 선수들은 ‘동무’보단 내 이름 불러주기를 더욱 좋아했고 “아이스크림 같이 드시겠습네까?”라며 다정하게 먼저 말을 건넸다.

최근 한반도 땅에 평화의 기운이 서서히 퍼져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측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정서는 이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치다 총살당한 이승복 어린이 기념관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철원·양구 등 접경지에서는 간첩신고 현수막을 흔히 볼 수 있다.유튜브를 통해 접하는 가짜뉴스도 수두룩하다.

만찬장인 인제 스피디움은 인제읍에서 30∼40분을 차로 이동해야만 나오는 오지다.숙소는 산으로 둘러싸여 인근 가정집을 찾아보기 힘든 곳이었다.그날 밤 그 산속을 가득 메운 노래는 누구라 할 것 없이 눈가와 마음을 촉촉이 적시기에 충분했다.청량하고 꾸밈없는 북녘 땅 여동생들의 목소리.마치 한 사람이 부르는 노래 같았다.5일이라는 만남 속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북녘의 모습을 보았고 마음 속 편견도 깨졌다.우리에게 철책은 이미 녹아내렸고 눈과 눈을 보며,서로를 바라보며 정을 나눈 시간이었다.멀게만 느껴졌던 북이 가까워졌고 딱딱하다고만 생각했던 북녘의 아이들은 너무나도 따뜻했다.모두가 함께하는 동안 나는 어느 때 보다도 통일과 가까워져있었다.

그동안 나에게 남북 정상의 만남,이산가족 상봉은 먼 이야기였다.하지만 이번 대회 취재를 통해 통일은 기성세대만의 고통과 시련의 역사가 아닌 나와 내 또래 친구들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이제부터 이 모든 상황은 나의 이야기가 됐다.우리는 내년 5월 원산에서 만나기를 기약하며 또 다른 의미의 ‘안녕’을 외쳤다.우리의 만남으로부터 또 다른 만남이 만들어지길,그 만남 속에서 또다시 우리가 함께하는 날들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끝>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