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160㎞ 트레킹 ‘고행’ 신들의 세계서 인간 한계 경험
그들은 “인간 한계를 경험했다”고 말했다.나이는 모두 60대 장년이지만,등반대의 윤혁준 대장을 비롯한 대원들은 너나없이 베테랑 ‘산꾼’들이다.
2004년∼2005년에 백두대간 56개 구간을 24번 만에 종주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일본 북알프스의 3000m 이상 고봉을 줄지어 넘었다.
그런 그들이 히말라야 트레킹을 “인생에서 맛본 최악의 ‘고행’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지난 11월 2일 강릉을 떠난 대원들은 11월 23일 무사히 복귀했다.히말라야 등반 기간은 총 16일이었지만,경비를 아끼기 위해 중국 사천성 성도와 라싸(티베트)를 경유해 네팔 카트만두로 이동하는 비행노선을 선택하면서 전체 일정이 늘어났다.
김진한(63) 대원은 “산소가 부족해 마스크를 쓰지 못하고 먼지 바람에 버티는 것이 고역 중의 고역이었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이동거리는 10㎞ 남짓이지만,매일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내리는 고난도 등산이 반복됐고,한발자국을 옮긴 뒤 숨 한번을 깊게 들이마셔야 하는 고행의 연속이었다.
등반대의 전체 인원은 35명.강릉 산악대원은 10명이지만,현지 포터(짐꾼)와 쿡(요리사),가이드 등 25명이 합류해 35명의 대식구로 늘었다.
하루 여정을 마치면 ‘롯지(산장)’에서 새우잠을 청했다.얇은 합판으로 방을 나누고,시멘트와 돌로 바람막이 벽을 두른 롯지는 난방도 안되는 곳이다.열교차가 심해 밤이 되면 영하 4∼5도 추위에 떨어야 하는 그곳에서 보온병을 침낭 속에 밀어넣고 몸을 데웠다.대원 모두 입맛을 잃어 밥과 국,젓갈류 반찬으로만 버텼다.건조지대인데다 고소증세 때문에 세수 조차 할 수 없어 대원들은 16일간 물티슈로 대충 얼굴을 닦고,덥수룩한 수염을 한번도 깎지 못한 채 행군을 계속했다.막판에 고소증을 앓은 김학주(66) 대원은 “처음에는 신발끈을 매지 못할 정도로 어지럽더니 다리가 퉁퉁 붓고,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머리가 심하게 아팠다”고 당시 고통을 전했다.결국은 대원 1명이 헬기로 하산하고,현지 포터 2명도 고소증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하산해야 했다.
그들은 이번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훈련을 하고,속초의 산악박물관에서 5000m급 고봉 체험을 하기도 했다.20일간 매일 강릉 대관령∼고루포기산을 오가는 20㎞ 산길을 왕복하면서 체력을 다진 대원도 있었다.그러나 대원들은 “예상보다 훨씬 힘든 등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대원들은 히말라야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윤혁준(62) 대장은 “새벽 5시에 롯지를 출발,칼라파트라 정상에서 맞은 일출과 운해,옥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고쿄 호수의 풍광 등 히말라야의 모든 것이 고행과 맞바꾸고도 남을 선물”이라며 “신(神)들의 세계를 다녀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동열
◇등반대원=김성태,윤혁준,김학주,김진한,김철래,김형천,이문철,최장규,최정길,조주현
◇등반 코스(160㎞)=루크라~팍딩~남체~텡보체~딩보체~추쿵리~콩마라~로부체~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칼라파트라~촐라~당낙~고쿄리~렌조라~타메~남체~루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