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명 시초 파르테논 신전, 예술·신화 품다

▲ 아크로폴리스박물관의 파르테논 작품 전시실.
▲ 아크로폴리스박물관의 파르테논 작품 전시실.
모두가 왜 파르테논을 말할까.오늘의 미술,문학,역사,철학이 다 파르테논을 진정한 시발점으로 삼는다.유네스코 상징도 파르테논이다.거기서 정한 세계문화유산 1호 역시 파르테논이다.직접 본다 한들 부서진 것들로 가득한 폐허와 돌 밭 위에 남은 건축물의 어지러움이 더 크게 눈에 들어올지라도 말이다.파르테논이 만들어진 기원전 5세기를 미술은 그리스 클래식의 ‘엄숙(sincere)’ 양식의 시대로 부른다.다음 세기에 이어지는 ‘우미’ 양식과 구분해서 그렇다.유연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예컨대 엘레강스 조각 작품들에 비해 준엄하고 진지한 힘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는 구분이다.파르테논은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를 모신 신전이었고 아테나와 관련된 신화를 조각해놓은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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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 양식기의 파르테논 작품은 풍화든,전쟁의 상흔이든 어떠한 이유로든 이제 원래의 온전한 형태를 가진 것은 거의 없다.세부묘사까지 완전한 형태를 볼 수 있는 작품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프락시텔레스의 ‘창을 든 남자’라는 조각상 같은 것이다.그것은 자연스럽게 서 있는 포즈인데다 조각 묘사에 있어서 어색함은 찾을 수 없는 완벽함을 보여준다.즉 그리스 클래식의 이 시대는 인류의 예술이 완성의 경지에 이른 시대였다.

그런 조각품들이 이 신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19세기 초까지 아직 파르테논에 있었던 작품들은 지금 세계 최대 박물관 중 하나 대영박물관의 대표적인 소장품이 되어 있다.대사였던 엘긴이 가져갔다하여 엘긴 마블로 불리는 이 작품들에서 세 여신의 화려한 옷 주름,반대방향으로 앉아있는 디오니소스와 말 두상이 유명하다.또 유려한 인체를 비롯한 수많은 조각상들은 오랜 세월과 전쟁과 훼손 속에서도 원래 형상의 유려함을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작품들이다.

▲ 북쪽에서 높게 보이는 불을 밝히고 있는 아크로폴리스.
▲ 북쪽에서 높게 보이는 불을 밝히고 있는 아크로폴리스.
파르테논이 있는 곳인 아크로폴리스 바로 옆에는 새로 만든 아크로폴리스박물관이 있다.아크로폴리스는 높은(acro) 도시(polis)라는 말이다.아테네에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아테네국립고고학박물관은 아테네는 물론이고 다른 곳의 아크로폴리스의 모형들도 전시하고 있다.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박물관은 대영박물관이 그리스로 작품반환을 거부한 이유였던 작품보존능력을,이제 보란 듯이 과시하면서 아주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고 2009년에 개관했다.이제 그곳은 명실 공히 파르테논을 비롯한 아크로폴리스 작품을 가장 잘 전시하는 곳이 됐다.2층의 많은 조각상을 비롯해 3층은 전체가 파르테논 조각품으로 채워졌다.파르테논에 있던 작품의 순서와 자리도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조각이 있는 자리는 특히 세 부분이 중요하다고 아크로폴리스박물관은 설명한다.프리즈,메토프,페디먼트.우선 기둥 위 그리고 지붕 아래 넓은 띠를 프리즈라고 한다.그 긴 띠 안에 있던,다른 나라에 현존하는 작품들까지 석고 틀로 떠서 그대로 맞춰놓았다.기둥은 열 지어 늘어서 있는 열주가 안쪽과 바깥 두 줄이 있다.안쪽 열주 위 사방에 있는 프리즈는 얕은 부조 작품으로 모두 이어져있다.

바깥 열주 위에는 세 직선 무늬의 트리글리프와 조각품이 새겨진 공간인 메토프가 반복되어 이어진다.도리아식 기둥 위 마다 2개의 메토프에 작품이 들어가 있다.동쪽에 8개 기둥 사이에 14개이니 서쪽을 합해 28개,북쪽 긴 열주 18개 사이에 2개씩 34개로 남쪽까지 해서 68개,전부 합해 92개라는 엄청난 수의 메토프 작품들이 있었다.조각 작품마다 크기도 작지 않을 뿐더러 모두 고부조로 되어 있다.회화적인 얕은 부조와 실제 덩어리감이 있는 묘사가 혼용되어 조각 작품으로서의 맛이 강하다.프리즈의 수평과 지붕의 경사가 만드는 동서쪽의 삼각공간은 원래 신전의 앞과 뒤로 조형작품이 들어가는 중요한 공간이 된다.그 공간을 우리말로 번역해도 쉽지 않은 말 박공,즉 페디먼트라고 한다.그 안에는 아테나를 비롯한 신화 속의 신들이 가득 차 있었다.대영박물관에 있는 세 여신도,앉아있는 디오니소스도 동쪽 페디먼트의 서로 반대되는 끝 쪽에 놓여있던 작품들이다.이 작품들은 가까이서 볼 수 없을 정도의 크기로 모두 환조 작품들이다.

그 많은 미술품의 보고이자 고전이기에 파르테논을 거치지 않고는 오늘까지의 미술 역사를 말할 수 없다.파르테논은 화재와 신상파괴와 같은 고의 훼손을 피할 수 없었고 기독교 교회와 이슬람 사원으로도 개조됐다.오스만 투르크 지배 하에서 전쟁 때 화약고로 쓰이다 폭격에 터져 지붕 전체가 날아가고 수많은 작품들이 없어지는 피해까지 입었다.그럼에도 골격과 위용은 살아있다.그렇게 파르테논은 오늘도 거대한 암벽 위로 높게 예술과 신화를 품은 채 여전히 불을 밝히고 아테네를 내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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