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하락 후유증
전세가 집값 추월, 자산가치 적자
매매가 대비 최대 2600만원 높아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증가

춘천시 석사동의 A아파트(전용면적 85㎡)는 지난 9월 1억9000만원에 팔렸다.하지만 이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의 전셋값은 2억1000만원이어서 집주인은 매매가에 2000만원을 더 얹어줘야 했다.정부의 9·13부동산대책 여파로 집값 하락이 가시화된 가운데 내년 입주물량까지 대거 몰리면서 ‘깡통아파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깡통 아파트는 집값이 전세금과 대출금 이하로 떨어져서 자산 가치가 적자인 아파트를 뜻한다.3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가격은 한달 새 0.13% 올라 8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강원도는 -0.15%로 가격 둔화가 두드러졌다.가격 하락에 매매량도 줄어 10월 강원도 주택 매매거래량은 2106건으로 지난 5년간 10월 평균 대비 23.7%가 감소했다.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자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못돌려주는 ‘깡통 아파트’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최근 매매된 춘천시 퇴계동의 B아파트(전용면적 85㎡)의 매매가는 2억4300만원이었지만,전셋값은 2억5500만원으로 1200만원 더 높았다.강릉시 입암동의 C아파트도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2600만원 높은 1억500만원(전용면적 60㎡)을 기록했으며,원주시 단구동의 D아파트 전셋값은 매매가보다 550만원 많았다.

깡통 아파트가 생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금반환보증보험(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세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전세보증보험은 세입자가 전세금을 제때 못 받으면,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하고 집주인에게 상환을 요청하는 상품이다.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강원도내 전세보증보험 신규가입 건수는 지난한해 253건 436억원에서 올해는 지난 10월말 기준 440건 70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보험 가입이 급증하자 3일 서울보증보험은 가입기준을 강화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걱정하는 세입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신선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춘천지회장은 “9·13 부동산 규제조치 이후 깡통아파트·깡통 전세 우려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신규 아파트 물량이 예정돼 있어 매매가가 나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호 leeh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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