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강릉 겨울여행
대관령 옛길·선자령 등산코스 별미
해송림·백사장 등 해안 명소 다채
안목 커피거리·오죽한옥마을 인기
KTX·고속도 개통 ‘반나절 여행권’

▲ 대관령과 선자령을 잇는 백두대간 고갯길이 눈을 만나 순백의 은세상을 연출했다.겨울왕국의 설경을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겨울 탐방객들이 주말마다 꼬리를 문다.
▲ 대관령과 선자령을 잇는 백두대간 고갯길이 눈을 만나 순백의 은세상을 연출했다.겨울왕국의 설경을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겨울 탐방객들이 주말마다 꼬리를 문다.
강릉은 ‘눈고장’으로 통한다.해마다 엄동의 겨울에 접어들면 저 높은 대관령(해발 832m) 고갯마루에 켜켜이 쌓인 눈이 녹을 줄 모르고 춘삼월까지 은빛 별천지를 연출한다.

‘2018년 동계올림픽’이 대관령 꼭대기 평창과 강릉에서 개최된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설국(雪國)의 진경을 즐기기 위해 대관령,선자령,노인봉,능경봉,고루포기산 등 백두대간 영봉에는 겨울 ‘산꾼’들이 매년 12월∼이듬해 3월까지 마치 대장정을 하듯 이어진다.‘겨울왕국’의 숨막히는 설경에다 경포와 정동진의 겨울바다,안목해변의 커피향,경포호의 밤 풍경 까지 더해지면 강릉의 자연계는 발걸음을 옮기는 것 만으로도 호사가 된다.

명산과 바다,호수를 모두 품은 도시에 누천년 역사문화의 향기가 자랑처럼 이야기 보따리를 펼치니 이만한 겨울 여행지를 또 어디서 찾겠는가.더욱이 강릉은 이제 더 이상 먼 곳이 아니다.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서울 한복판에서 1시간 30분대에 연결되는 KTX고속철도가 뚫렸고,제2영동고속도로(경기 광주∼원주),서울∼양양 고속도로 등이 줄지어 개통하면서 강릉은 서울에서도 반나절 여행이 가능한 ‘이웃도시’가 됐다.



▲ 겨울 선물로 이만한 풍경이 또 있을까.대관령에 밤새 소복하게 눈이 쌓여 ‘은빛 별천지’를 연출했다. 본사DB
▲ 겨울 선물로 이만한 풍경이 또 있을까.대관령에 밤새 소복하게 눈이 쌓여 ‘은빛 별천지’를 연출했다. 본사DB
■ ‘겨울 왕국’,설산의 아우라

강릉의 겨울을 만끽하려면 먼저 대관령 설산에 발자국을 남길 일이다.우리나라 고갯길의 대명사로 통하는 대관령은 등산 마니아들이 첫손에 꼽는 겨울 산행지이다.고개 아래 강릉시 성산면의 대관령박물관에서부터 반정을 거쳐 국사성황당까지 이어지는 ‘옛길(7.9㎞)’의 정취에 취하는 것도 좋고,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해발 832m)∼선자령(해발 1157m)을 잇는 5㎞ 거리의 백두대간 마루금 탐방을 하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다.

두 탐방로는 대관령 이라는 이름아래 한몸처럼 묶여 있으되,풍경과 느낌은 전혀 딴세상이다.

흔히 아흔아홉굽이로 통하는 대관령 옛길은 울울창창 ‘소나무’ 세상이다.옛길이나 인근의 제왕산 등산로를 오르다보면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아 있는 소나무 군락에 자꾸만 발걸음이 더뎌진다.대관령 일원의 소나무는 1920년대에 인공으로 씨를 뿌려 조림하고 키운 것 이어서 학술적 가치도 매우 높다.소나무들은 수세(樹勢)가 어찌나 곧은지 멀리서 보면 굵은 대나무로 착각할 정도다.산 정상 즈음에 도달하면 그 소나무들이 뒤틀리고 꼬이면서 수백년 풍상을 이겨낸 낙락장송으로 변하니 ‘소나무 성지’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그곳은 또한 스토리 천국이다.신사임당이 어머니를 그리며 읊은 사친시(思親詩)에서부터 조선의 대표적 화원인 단원 김홍도의 산수화,그 옛날 조선시대에 사재를 털어 대관령에 우마차가 다니는 길을 닦은 관찰사 고형산 이야기,주막을 짓고 나그네들에게 침식을 제공한 기관(記官) 이병화 이야기 등등 전설 같은 실화들이 한굽이 돌때마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헤친다.

대관령 옛길이 원시림 같은 숲의 공간 이라면 선자령 가는 길은 사방이 끝없이 트인 일망무제,‘순백’의 눈나라다.선자령을 거쳐 곤신봉∼노인봉∼진고개로 끝간데없이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은 겨우내 눈과 바람이 점령한다.능선의 명물인 풍차까지 하얀색으로 치장한 백두대간 마루금 위에서 동해바다와 강릉시내를 굽어보는 즐거움은 겨울 여행의 백미라고 할만하다.

▲ 경포와 정동진에서 새해를 맞는 것은 국민들의 로망이다.강릉 바다의 수평선 위로 여명을 밝히는 새해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
▲ 경포와 정동진에서 새해를 맞는 것은 국민들의 로망이다.강릉 바다의 수평선 위로 여명을 밝히는 새해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
■ 겨울바다와 일출의 만남

강릉은 북쪽 주문진에서 최남단 옥계까지 70여㎞에 달하는 기나긴 해안선을 보유한 ‘바다의 고장’이다.긴 해안선을 따라 서핑 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금진해변,헌화로,바다부채길,정동진,안인 통일공원,안목 커피거리,경포호와 해변,사천 물회마을,연곡 솔향기 캠핑장,주문진항(수산시장),아들바위 등의 해안 명소들이 바통을 이어받듯이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정동∼심곡에서는 천연기념물 제437호인 해안단구지대를 만날 수 있고,옥계∼정동진∼안목에서는 기암괴석 바다풍광이 여행자를 반긴다.또 남항진∼경포∼주문진을 잇는 북부권에서는 짙푸른 해송림과 은빛 백사장,옥빛 바다가 연출하는 겨울 낭만이 세파에 지친 여행자의 감성을 뒤흔든다.

그 해안선에서 연출되는 새해 일출을 목도하는 것은 국민 모두의 버킷리스트에 속한다.‘황금돼지띠’ 새해를 맞아 올해도 어김없이 해맞이 국민축제가 강릉 해안선에서 판을 펼친다.경포해변에서는 12월 31일 그믐날 저녁부터∼1월 1일 새해 아침까지 해넘이·해맞이 행사가 성대한 잔치마당을 준비한다.또 정동진에서도 12월 31일 저녁부터 해넘이와 모래시계 회전식,해맞이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져 새해를 맞는 즐거움을 더한다.

매년 40만명이 운집하는 해맞이의 흥겨움을 고조시키기 위해 강릉시는 불꽃놀이와 소원빌기,소원엽서쓰기,신년운세보기,전통놀이,포토존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한층 확대한다.황금돼지 저금통 무료 배부,교복 입고 딱지치기 등 추억 체험,민속 연날리기,컬링 체험,새해 가훈쓰기 등의 이색 체험프로그램도 기대되는 즐길거리다.

▲ ‘눈고장’ 강릉의 진경 만큼 황홀한 선물이 또 있을까.대관령과 경포호의 설경을 만나는 나그네는 그저 감탄사 뿐이다. 사진제공=강릉시
▲ ‘눈고장’ 강릉의 진경 만큼 황홀한 선물이 또 있을까.대관령과 경포호의 설경을 만나는 나그네는 그저 감탄사 뿐이다. 사진제공=강릉시
■ 커피향과 전통문화에 빠지는 강릉의 겨울

강릉은 자타가 공인하는 ‘커피도시’이다.안목(강릉항) 커피거리를 비롯 해안선과 도심,숲 곳곳에 커피 전문점들이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즐비하다.도시 전체가 그윽한 커피향과 함께 겨울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년 전,호젓한 바닷가 자판기 커피에서 출발한 안목은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커피 명소로 부상했다.돌이켜보면 강릉이 먼옛날 신라시대에 화랑들이 차를 덖어 마시던 우리나라 차(茶) 문화의 발상지라는 점을 상기하면 ‘커피도시’ 강릉이 결코 우연의 산물 이라고 볼 수 없다.지금은 커피박물관과 커피아카데미 등과 함께 커피문화해설사와 커피빵 등의 존재까지 더해지고 있으니 커피도시 강릉은 계속 진화하는 ‘현재진행형’이다.

커피와 차향이 어우러지는 도시에서 ‘전통문화’의 멋에 빠지는 것은 강릉 방문객의 특권이다.강릉은 오죽헌과 경포대,선교장,허균·허난설헌 생가 등 역사의 흥취가 빚어낸 고택·누정들이 경포호반을 비롯 도시 곳곳에 산재해있고,축음기와 시계,컵,전통가구,민화,커피 등을 소재로 한 박물관들이 발품의 수고를 감탄사로 돌려주는 전통문화도시이다.최근에는 오죽헌 인근에 ‘오죽한옥마을’이 개장,주말마다 예약 행렬이 쇄도하면서 전통한옥체험단지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겨울을 기다려온 그대,상록수 솔숲과 한옥 맞배지붕에 내려앉은 기막힌 설경을 만나보시라.커피향을 음미하면서 무념무상의 바다 정취를 즐겨보시라.백두대간 설산의 능선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역동의 겨울을 만끽해 보시라.강릉의 겨울은 그대가 주인공이다. 최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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