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남은 달력의 두께가 하루하루 얇아진다.오늘은 24절기 중 21번째 되는 대설(大雪)이다.일 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때라고 한다.시간을 정해놓고 오는 것은 아니지만 절기에 맞춰 눈이 내린다면 이 또한 안성맞춤이 아닐까 싶다.올해는 이미 지난 달 첫눈 치고는 제법 많이 내렸다.강원도 곳곳에 10㎝ 안팎의 눈이 내리면서 겨울의 서막을 장식했다.어제오늘도 눈 소식이 있어 올핸 눈 인심이 좋은 것 같다.

눈이 내린다고 마냥 하늘을 쳐다보고 좋아만할 일은 아닐 것이다.그것은 아직 철없는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몫일 것이다.어제부터 강원도 곳곳에 적지 않은 눈이 내렸고 산간지방에는 대설주의보까지 내렸다.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떨어지면서 서민들에게 고된 겨울나기가 시작된 셈이다.산간지방이 많은 강원도는 도로 곳곳이 얼어붙으면서 사고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교통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때다.

‘시경(詩經)’에 이런 구절이 보인다.“감히 호랑이 맨손으로 잡지 못하고 황하를 걸어 건너지 못하나니(不敢暴虎 不敢馮河)/사람들이 하나는 알고 나머지는 모른다네(人知其一 莫知其他)/두려워 삼가며 깊은 못을 대하듯 엷은 얼음 밟듯 하오(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전전긍긍한다거나 깊은 연못가에 선 듯,혹은 살얼음을 밟듯 한다는 말을 흔히 쓰는데 그 말이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여기서 이렇게 만난다.

조금 괜찮다싶으면 세상을 집어삼킬 것처럼 기고만장하기 쉽다.조금 꼬이고 뒤틀리면 낙담과 원망에 빠지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그러나 자연의 변화가 그런 극단의 감정을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겨울로 진입하는 지금은 만사 몸을 낮추고 조심하게 하는 때다.무게 중심을 낮추고 보폭을 줄여야 낙상을 면할 수 있다.속도를 조금 더 낮추고 급브레이크를 조심하는 것이 사고예방의 지름길이다.

어찌 보행과 운전만 이랴.서산 대사는 눈길을 갈 때 조심하라고 일렀다.“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踏雪野中去)/아무렇게 걷지 말라(不須胡亂行)/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今日我行跡)/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遂作後人程)” 눈이 잦고 노면이 결빙되면서 사고도 잦아지고 있다.살얼음판을 밟듯 설설 기는 마음,눈내린 길을 걷듯 두려운 마음이 필요한 때다.필부(匹夫)의 일상도,권부(權府)의 일도 마찬가지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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