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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이사람] 국악경연 금·은상 휩쓴 육군 2사단 정보통신대대

랩 좋아하던 군장병들 ‘민요+삽질춤’ 전국무대 흔들다
변기영 동부민요보존회 이사장
신병 등 16명에 50여일간 수업
두팀 나눠 전국대회 출전 수상
“나이· 부대·계급 떠나 전우애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얻어”

김호석 2018년 12월 08일 토요일
▲ 지난 4일 양구 2사단 정보통신대대에서 열린 2018 인생나눔교실 마지막 전통민요 수업을 마친 군장병들.
▲ 지난 4일 양구 2사단 정보통신대대에서 열린 2018 인생나눔교실 마지막 전통민요 수업을 마친 군장병들.
‘민요’를 한가락한다고 자부하는 소리꾼들이 출전하는 전국 국악경연대회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군장병들이 금상과 은상을 휩쓸며 세상을 놀라게했다.그 주인공은 육군 2사단 정보통신대대 군장병들이다.그것도 민요를 배운지 50일만인 지난 11월 춘천에서 열린 제2회 동부민요·아리랑 전국경연대회에서 이름을 떨치는 기염을 토했다.‘랩’ 문화가 친숙한 군장병들이 낯선 장르인 ‘민요’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는 신병들의 부대적응을 돕기 위한 ‘멘토링 수업’ 때문이었다.멘토링 수업은 멘티와 멘토의 나눔,배려,소통 공감 등을 통해 서로 새롭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종의 나눔교실이다.

육군 2사단 정보통신대대 군장병들의 전통민요 도전은 강원문화재단과 2사단 정훈공보부가 주관한 멘토링 수업에서 변기영 한국동부민요보존회 이사장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장공수 2사단 정보통신대대장은 병사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멘토링 수업을 신청했고 신병과 이들을 이끌어줄 선임병까지 16명이 모이게 됐다.그러나 멘토링 수업을 통해 만난 장병들은 처음 민요를 배우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변기영 이사장은 “전통민요라는 것에 일반 시민들도 낯설어하는데 군인들이야 오죽했겠느냐”며 “그래도 장병들에게 힘과 원기를 불어넣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성심성의껏 가르쳤더니 차차 마음의 문을 열면서 적극적으로 변해갔다”고 말했다.

▲ 변기영 한국동부민요보존회 이사장이 군장병들을 대상으로 아리랑을 가르치고 있다.
▲ 변기영 한국동부민요보존회 이사장이 군장병들을 대상으로 아리랑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을 통해 민요를 접한 장병들은 수업 한달째 일취월장한 실력을 보여줬다.여기에 욕심이 난 변기영 이사장이 제2회 동부민요·아리랑 전국경연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나가도 될까’라는 생각에 머뭇거리던 장병들도 대회 참가가 결정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장공수 대대장도 장병들이 일과후 개인정비 시간을 쪼개가며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오후 10시가 넘어서도 연습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변 이사장과 장병들의 가교 역할을 한 양승재 중대장은 “장병들이 의욕을 갖고 연습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꼈다”며 “덕분에 주말과 휴일 외부출입이 자유로운 제가 춘천을 오고가며 변기영 이사장님께 따로 수업을 받아 장병들에게 가르쳐주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고 말했다.

8월21일 첫 수업이후 50여일이 지난 11월10일 열린 제2회 동부민요·아리랑 전국경연대회에 두 팀으로 나눠 그동안 배운 ‘치나칭칭나네’와 ‘아리랑’을 열창했다.단순히 부르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군인정신에 맞춘 ‘삽질댄스’ 등 안무를 섞어 신명나는 무대를 선보였다.강병헌(21) 병장은 “군인신분으로 민간 대회에 나선다는 것에 걱정이 앞섰다”며 “하지만 함께 해온 전우들이 ‘즐기고 오자’,‘군장병의 열정을 보여주자’고 일치단결해 그동안 연습해온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불렀다”고 말했다.

2사단 정보통신대대 군장병들의 무대는 이날 대회에서 단연 화제를 모았다.대부분 전통민요를 배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회에 아마추어,그것도 군인들이 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극히 드문일이었기 때문이다.짧은 기간이지만 꾸준히 연습하며 쌓은 실력,안무까지 겸비한 열정에 심사위원들의 마음도 움직였다.대회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상진 동국대 국악과 교수는 “우리나라 국악경연대회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라고 극찬하며 단체부문에 출전한 이들에게 최고 점수를 부여했다.금·은상을 수상하게 된 군장병들은 수상의 기쁨과 함께 ‘나도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김근표(22) 상병은 “새롭게 인생설계를 해보자는 생각에 민요를 배우게 됐다”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이등병부터 병장까지 나이,부대,계급을 떠나 단합해 연습하는 과정에서 전우애와 협동심을 느낄 수 있어 기뻤고 상까지 받아 더욱 행복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열세번째 멘토링 수업이 끝이나며 군장병들의 민요체험도 막을 내렸다.이날도 장병들은 활기차고 당당한 모습으로 마지막 수업을 들었다.변기영 이사장은 “수업으로 만난 사이지만 자발적으로 우리 전통민요를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에 오히려 큰 감명과 배움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우리나라 전통가락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호석 kimhs8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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