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의미 있게 생각하는 건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하나는 교통혁명,다른 하나는 북한변수다.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과를 여러 갈래로 말하지만 결국 이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본다.두 변수 모두 강원도를 옴짝달싹 못하게 한 형구(刑具) 같은 것이다.정도(定道) 600년 이어온 자연 환경과 반세기를 넘는 분단 환경은 그대로 강원도를 규정하는 틀이 됐다.그대로 강원도 정체성의 토양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 두 가지는 변화를 외면한 채 강원도의 역사를 만들어왔다.강원도의 정서와 문화,정체성은 고립과 유폐 속에서 싹이 텄다.오랜 인내와 기다림의 시간이 축적돼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정선아리랑을 우리 민족의 정서를 잘 담은 노래라고 한다.그것은 매우 역설적이지만 정선의 고립과 유폐,그리고 느리고 긴 시간의 퇴적이 만들어낸 산물이다.그런 ‘시간의 지체’‘공간의 유폐’가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다.

그러나 강원도를 가둬뒀던 그 장벽들이 다 무너지고 있다.서울~양양고속도로가 뚫리고,KTX강릉선이 순식간에 대관령을 넘나든다.그토록 원했던 바이지만 그것은 강원도다움을 빠르게 잃어가게 될 것이라는 신호탄이기도 하다.서울에서 강릉까지,춘천에서 강릉까지 이제 1시간대에 오가는 세상이 됐다.평창올림픽이 가져온 교통혁명이다.이 엄청난 속도의 압력이 강원도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다.

또 하나는 바로 북한 변수가 될 것이다.강원도는 휴전선을 경계로 둘로 나누어진 분단도(分斷道)다.국가의 분단,광역자치단체의 분단,기초자치단체의 분단이 중첩된 땅이다.여러 겹의 분단이 더 이상 갈 수 없는 한계의 땅으로 만들어왔던 것이다.앞의 경우가 자연이 만든 고립이라면,이것은 정치가 만든 고립일 것이다.강원도를 가로막은 이 두 개의 거대한 장벽이 올림픽을 계기로 해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며칠 전 양양에서 제1회 강원학대회가 강원연구원·강원대·강원사학회·아시아강원민속학회 공동주관으로 열렸다.전환기를 맞은 지역학 연구동향을 살펴보고 강원도의 새 전망을 찾아보는 자리였다.‘교통’과 ‘북한’이라는 장벽이 무너지면서 밀려드는 ‘속도’와 ‘개방’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변화의 낙차가 주는 시간과 정서의 격절을 메우는 강원학이 돼야 할 것이다.그걸 ‘통일강원학’이라 명명하면 좋겠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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