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열차 탈선 ‘인재’
탈선 동력차 T자형으로 엉켜
남강릉 신호 시스템 오류가 원인
올림픽 전 최종점검서 발견 못해
정치권 질타·대책 촉구 이어져
코레일 사장 사퇴 요구 목소리도

▲ 열차 탑승하는 코레일 사장 오영식 코레일 사장(중앙)이 탈선 사고 사흘만에 운행이 재개된 KTX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10일 새벽 강릉역에서 열차로 향하고 있다. 구정민
▲ 열차 탑승하는 코레일 사장 오영식 코레일 사장(중앙)이 탈선 사고 사흘만에 운행이 재개된 KTX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10일 새벽 강릉역에서 열차로 향하고 있다. 구정민
지난 8일 발생한 강릉선 KTX 열차 탈선사고는 남강릉 분기점의 신호제어시스템 오류가 원인으로 지목지면서 결국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다.10일 국토교통부과 코레일 등에 따르면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들이 초동 조사한 결과 남강릉분기점의 신호제어시스템 오류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7시30분 열차 탈선 직전 강릉역과 코레일 관제센터에 남강릉분기점 일대 신호제어시스템 오류 신호가 포착됐다.코레일 측은 사고 직전 열차를 차량기지로 보내는 ‘21A’에 문제가 있다고 신호가 떠 21A로 점검을 나갔지만 실은 서울로 보내는 ‘21B’가 고장 나 있었다.결국 고장 난 선로전환기가 선로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했고 열차는 선로가 끊긴 것과 다름없는 구간으로 진행하다 탈선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전문가들은 탈선 사고의 경우 통상 열차가 선로를 살짝 벗어난 형태인데 반해,이번 사고에서는 동력차와 객차가 ‘T’자형으로 엉켰다는 것도 선로전환기 불량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동계올림픽 전인 지난해 9월 최종 점검 당시에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급하게 공사를 마무리하는 바람에 오류를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지난 9일 현장을 찾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만약 평창올림픽 때 잘못 됐다면 어쩔 뻔 했느냐”며 “이런 실력으로 남북철도를 연결하겠다고 말하기가 민망하고 코레일에 대한 국민 신뢰가 더는 물러설 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고 머리숙여 사과했다.앞서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사고 당일 “기온 급강하에 따른 선로 이상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해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다만,코레일 측은 최종 원인 규명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정밀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고,현재 철도특별사법경찰대에서 내사에 착수했다.

한편 정치권은 이날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구간에서 사고가 속출한데 대해 대책마련을 촉구했다.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정부와 코레일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고 위법 행위는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안전을 제일로 해야 할 자리에 전문성과 조직관리 경력에 의문 있는 분들을 정치적으로 임명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참 유감”이라며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안전을 걱정하는 정부가 돼 달라”고 요구했다.같은 당 이양수(속초·고성·양양)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코레일 사장은 강릉선 KTX 대형 탈선 사고를 추운 날씨 탓으로 돌리는 비(非)전문성을 뽐냈다”며 오 사장의 사퇴를 주장했다.정의당 강원도당(위원장 김용래)도 성명을 내고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안전업무의 외주화’가 지목되고 있다”며 “국가 기반시설의 외주화 문제 처방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정민·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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