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섭 교수의 커피이야기] 5. 사향고양이 커피 ‘코피루왁’
인도네시아 코피루왁·베트남 콘삭
대표적 동물 커피로 세계적 인기
사향고양이 억지로 커피 먹이기도

나라마다 고유한 커피문화가 있는가 하면 커피를 즐기고 마시는 풍습도 다양하다.심지어는 동물들이 커피열매를 먹는 것을 보고 배설한 내용물을 정제해 마시기까지 한다.다행히 그 커피 맛이 좋아 오늘날에도 상품화돼 고가에 팔리고 있다.대표적인 동물 커피로는 인도네시아의 사향고양이 커피 ‘코피 루왁(Kopi Luwak)’,베트남의 다람쥐 커피 ‘콘삭(Con Soc)’과 족제비 커피 ‘위즐(Weasel)’,그리고 태국의 코끼리 커피 ‘블랙 아이보리(Black Ivory)’가 있다.상상하기 쉽지 않겠지만 예멘에는 원숭이 커피까지 있다고 한다.

▲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 섞인 커피.
▲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 섞인 커피.
코끼리 커피 블랙 아이보리는 코끼리에게 커피체리를 풀과 과일 등을 함께 섞어서 먹이고 코끼리가 배설을 하면 그 배설물에서 커피콩만을 수거해 새롭게 탄생시킨 제품이다.다람쥐 커피와 족제비 커피에는 잡식성인 동물들의 비린내가 배어있어 주로 헤이즐럿 향을 첨가해 상품화한다.

베트남의 동물 커피가 만들어진 아주 재미있는 설이 있다.프랑스의 식민지 시절 프랑스 지배자가 커피를 요구했을 때 프랑스인을 골탕먹이기 위해 동물의 배설물에 섞인 커피를 줬다.그 커피를 아주 맛있게 마시는 모습을 보고 베트남인은 고소했을 것이다.그런데 그 후 다시 와서 전에 마시던 커피를 달라는 것이다.이 웃지 못할 과정에서 오늘날 베트남 동물 커피가 만들어진 것이다.믿거나 말거나!

루왁은 인도네시아어로 사향고양이(Civet)를 의미한다.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주로 생산되는 루왁커피는 사향고양이가 커피체리를 먹고 배설하면 그걸 수거해 세척하고 정제해 제품화한 것이다.사향고양이는 가장 잘 익고 좋은 품질의 커피 체리만을 골라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 맛은 체리가 고양이의 소화기관을 거치는 동안 쓴맛 성분은 줄어들고 부드러운 맛과 향이 살아나게 된다.원래 커피는 숙성(Aging)을 하게 되면 쓴맛은 줄어들고 바디(Body)감은 좋아진다.또한 필리핀에서 루왁은 필리핀 타갈로그어로 알라미드(Alamid)라 하고 주로 민다나오 지역에서 생산되는데 본인들은 알라미드 커피가 루왁커피의 원조라고 주장한다.

▲ 사향고양이 배설물을 제품화한 루왁 커피.
▲ 사향고양이 배설물을 제품화한 루왁 커피.
그러나 루왁커피 생산현지의 사정은 양면이 있다.좋은 조건에서 루왁커피가 생산되는가 하면 때로는 사향고양이를 사육하는 현장에서 사향고양이들은 강제로 커피를 먹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따라서 고른 영양섭취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피부병이나 영양실조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영화 버킷 리스트(Bucket List)에서 백만장자인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 ‘잭’은 금박 밸런싱 싸이폰(Balancing Siphon)으로 추출한 루왁커피만을 마신다.두 주인공의 버킷 리스트에는 ‘눈물 날 때까지 웃기’라는 항목이 있는데 잭이 즐겨 마시던 커피가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만든 커피라는 사실을 ‘카터’가 이야기 하면서 그 항목 하나를 지우게 된다.오늘도 좋은 사람과 영화 한편 감상하시면서 따끈한 커피 한 잔 하시길~



김명섭 한국커피협회 부회장

△한림성심대 교수△한국대학영어교육학회 회장△한국중앙영어영문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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