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우 원주 봉대초 교사
▲ 이광우 원주 봉대초 교사
눈이 온다.교실 창밖으로 하늘에서 하얀 눈들이 수많은 점이 되어 내린다.아이들은 창가로 달려가 내리는 눈을 본다.‘눈이 많이 쌓일까,뭐하고 놀지?’하는 표정으로 창밖을 한참동안 바라 본다.눈이 오면 어떤 추억이 떠오를까? 누가 보고 싶을까? 어렸을 때 함께 뛰놀던 고향 친구들,사랑하는 연인,부모님,딸과 아들.우리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고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12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한 해를 보내며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어떤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까 생각해 본다.

학년말이 되면 반 아이들과 한 해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목소리 높여 열심히 가르쳤던 소수의 덧셈과 뺄셈보다는 친구들과 놀았던 일,학교 앞산으로 산책 갔던 일,과자 먹으며 영화 본 일,함께 음식 만들어 먹은 일들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우리 어른들도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 친구들과 함께 했던 일 빼고는 특별히 공부시간에 무엇을 배웠던 기억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이런 사실이 조금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아이들의 삶속에서 친구와 놀이는 어린 시절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날마다 친구들과 장난치고 야단도 맞지만 학교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고 추억을 만들어내는 보물창고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주말에 놀이동산에 가고 지역축제를 찾아다니며,역사 유물과 유적을 보여주는 일들이 아름다운 추억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집안에서 서로 이야기는 없고 전화기만 들여다보고 있는 우리 현실을 생각할 때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그리워할 수 있는 추억들이 스마트폰 속 동영상과 게임들이 아니길 바랄뿐이다.함께 가까운 산과 들을 산책하고,먹을거리를 같이 만드는 일,함께 보드게임을 하는 일처럼 작은 것들이 차곡차곡 추억으로 쌓이는 게 아닐까 싶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모든 것을 잊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사는 게 너무 힘들고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상처받은 기억들을 잊고 싶어한다.우리가 살면서 어떻게 아름다운 추억만 만들고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하지만 삶이 고통스러울 때 마음의 위로가 되는 것도 소중한 추억이 아닐까.

사랑하는 아내와 남편 손을 잡고 가끔은 산책과 영화를 보러 가면 어떨까.공부에 찌든 고등학생 딸,아들과 함께 맛있는 떡볶이를 사 먹고 노래방에도 가면서 말이다.12월 31일에는 거실에 이부자리를 펴고 온 식구가 누워 올해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는 것도 생각해 본다.

밤사이에 눈이 제법 쌓였다.아이들과 학교 둘레를 돌아다니며 눈싸움도 하고,눈 쌓인 소나무 밑동을 힘껏 발로 걷어차 본다.소나무 밑에 있던 아이들은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눈을 머리에 한가득 뒤집어 쓴다.아이들은 머리가 다 젖어도 뭐가 그리 좋은지 웃으며 뛰어다닌다.우리들은 오늘 하루 또 작은 추억을 만들었다.시간이 흘러 눈 내리는 어느 날 우리 아이들은 어떤 추억이 그리움으로 찾아오게 될까?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