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프로그램 설치 유도
컴퓨터·휴대전화 조종해
인터넷뱅킹 접속 돈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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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거주하는 A(63)씨는 최근 서울경찰청 소속 ‘최광일 과장’이라고 사칭한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최 과장’은 “보이스피싱 사건 수사 중 A씨의 통장이 발견됐다”며 “금융감독원에서 불법자금 여부를 확인 후 다시 돌려주겠다”고 A씨에게 접근했다.최 과장은 ‘팀뷰어’라는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본인의 원격제어 신청에 ‘동의’를 클릭하도록 했다.이어 그는 A씨에게 “금융기록을 확인해야 하니 갖고 있는 돈을 한 계좌로 모아달라”고 지시하고 해당 통장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A씨의 계좌와 개인정보를 손에 쥔 ‘최 과장’은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 뱅킹에 접속,A씨가 노후자금으로 모아놨던 1억4000만원을 순식간에 이체하고 달아났다.A씨는 “절대 보이스피싱에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따르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경찰은 A씨의 사건을 접수하고 계좌 추적 등 수사에 착수했다.A씨처럼 최근 도내에서 원격지원 프로그램을 악용해 수억원 규모의 자금을 빼가는 신종 보이스피싱이 속출하고 있다.13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A씨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같은날 ‘최 과장’은 춘천에 거주하는 B씨에게도 전화를 걸어 같은 수법으로 7100만원을 빼갔다.앞서 지난 8월 횡성에서도 사이버수사대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이 똑같은 수법으로 피해자 B(66)씨로부터 1억2000만원을 편취했다.

이 같은 원격제어프로그램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가장 큰 특징은 피의자가 피해자 휴대전화나 PC를 조종해 계좌를 통째로 들여다 볼 수 있어 피해액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원격제어 보이스피싱은 검찰과 경찰 등 사법기관을 사칭하는 속임수 이외에도 사지도 않은 물건을 구입했다는 ‘미끼 문자’를 보낸 이후 피해자가 전화를 걸어오면 “경찰에게 신고해주겠다”고 한 뒤 경찰을 사칭해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수법도 성행하고 있다.지난 10월에도 도내에서도 안마의자가 결제됐다며 피해자 C(54·여)씨를 속여 이후 같은 방법으로 1억8700만원을 인출해간 사건이 신고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원격제어 보이스피싱은 스마트폰을 잘 다루지 못하는 고령자보다는 주로 40~50대들이 피해를 당한다”며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라거나 계좌 비밀번호 등을 요구하면 100% 보이스피싱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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