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몰아친 지난 주말저녁 축구 열풍이 안방을 강타했다.15일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스즈키 컵 결승 2차전이 열렸다.이 대회는 홈어웨이 방식 2차전 경기를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데 이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마지막 경기가 열린 것이다.말레이시아에서 열린 1차전에서 2 대 2로 비긴 베트남은 이날 경기에서 최소한 무승부를 내야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치렀고 최근 월드컵에 단골 출전할 만큼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그 배경에는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열기가 한몫 했다고 할 수 있다.그렇다고는 해도 우리나라가 축구 선진국도 아닌 동남아 국가의 경기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은 의외다.그것은 베트남 축구 대표 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 때문일 것이다.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가 만들고 있는 축구드라마 때문일 것이다.

박 감독은 지난해 10월 대표 팀 감독에 오른 이후 1년 2개월 만에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 정상에 올려놓았다.이날 베트남은 1 대 0으로 말레이시아를 누르고 1,2차전 합계 3대 2로 우승했다.베트남으로서는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그러나 이번 우승이 어쩌다 이뤄낸 것이 아니다.박 감독은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U-23챔피언십)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8월 아시안게임에서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베트남 대표 팀 감독을 맡은 그는 선수들과 고락을 함께 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줬고,선수들은 이런 지도자를 절대 신뢰하게 됐다고 한다.이런 신뢰와 열정이 오늘의 베트남 축구를 만들었다.그는 베트남 쌀과 한국축구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이름을 따 ‘쌀딩크’라고 불리며 영웅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그러나 지금의 베트남 축구를 만든 것이 전적으로 박 감독의 개인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골키퍼 당반럼에게 자꾸 눈길이 갔다.올해 26세로 1993년 모스크바에서 출생한 러시아계 베트남인이다.188㎝의 큰 키와 건강한 체격이 전형적 베트남인과는 달랐다.그는 시종 안정감 있게 골문을 지켰고 몇 차례 결정적 실점위기를 막았다.그가 우승을 지켜낸 것이다.그라운드 바깥에 박항서가 있었다면 안에는 당반럼이 있었다.결국 박항서와 당반럼을 받아들인 베트남이 만든 우승일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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