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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로 칼럼]한랭전선에 갇힌 강원도

강병로 brkang@kado.net 2018년 12월 18일 화요일

▲ 강병로 논설위원
▲ 강병로 논설위원
속절없이 한 해가 저문다.쫓기 듯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고 부초처럼 떠돈다.유랑의 삶이다.서로를 바라보는 눈은 적의와 불신,분노로 가득하다.‘왜 나만 고통 받느냐’며 항변한다.독설과 비난이 일상화 되고,나와 우리를 제외한 모두가 ‘혐오’의 대상이다.서로를 죽자 사자 미워하며 잡아 죽일 듯 노려본다.왜 이렇게 살벌해졌을까.저급한 비난과 적의,혐오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대화’가 실종된 사회.그런 의미에서 ‘삶의 본질은 대화’라고 했던 미하일 바흐친의 말은 틀렸다.적어도 지금의 한국사회에서는.

 한국,그 것도 강원도에서 산다는 건 힘겨운 일이다.이중 삼중의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우리사회를 설명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인 ‘혐오’를 빗대어 보면 강원도가 받는 대접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한국남성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단어가 비하와 경멸의 의미를 담고 있는 ‘한남충(蟲)’.법원은 지난 7월 “한남충의 충(蟲)은 벌레라는 뜻으로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며 특정인에게 이 표현을 쓴 피의자에게 모욕죄를 적용했다.그렇다면 강원충(蟲)은 어떤가.타 지역 사람들은 강원도사람들을 ‘감자’로 부른다.비약하자면 ‘충(蟲)’의 다른 표현이다.‘어리석고 게으르고 무능하다’는 의미가 덧씌워진 감자.몇몇 정치인이 아무리 강변한들 이 의미가 달라질까.웃픈 얘기일 뿐이다.

 강원도의 지난 2월은 창대했다.평창동계올림픽은 강원도의 힘과 저력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고,평화의 기운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로 번져나갔다.그러나 지금,강원도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성화대만 덩그러니 남은 평창의 겨울만큼이나 강원도의 현실은 춥고 쓸쓸하다.개최지역은 사분오열되고 구심점은 사라졌다.포용력을 상실한 강원도는 사방이 적이다.급기야 수천 명의 주민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도청을 포위한다.뭉개진 자존심과 빼앗긴 생존권을 되찾으려는 절규다.분노의 함성이 한파를 가로질러 광장에 가득하지만 어떤 위로와 격려도 들리지 않는다.그 많던 약속과 다짐은 어디로 갔는가.올림픽은 1년도 안 돼 혐오와 갈등의 발화지가 됐다.

 한반도 평화 정착과 적폐 청산에 올인 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민생’으로 눈을 돌렸다.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동력을 회복하려는 시도다.그러나 강원도는 안중에도 없다.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기용,강원도 무장관 시대를 청산하나 했더니 차관급 인사에서 보란 듯이 강원도를 ‘패싱’했다.문재인 정부 최대 규모인 16개 차관급 인사에서도 ‘강원도 무차관 시대’가 지속된 것이다.도대체 이 질긴 사슬을 어떻게 끊을까.힘 빠진 도정과 각자도생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에 무얼 기대할 수 있겠나.강원도가 맵고 추운 한랭전선에 꼼짝없이 갇혔다.언제까지 맨 몸뚱이로 버텨야 하나.

 오래된 시집을 다시 읽는다.김수영의 시 ‘육법전서와 혁명’.그의 시어는 북극의 추위보다 아프고 날카롭다.‘기성 육법전서를 기준으로 하고/혁명을 바라는 자는 바보다/혁명이란/방법부터가 혁명적이어야 할 터인데/이게 도대체 무슨 개수작이냐/불쌍한 백성들아/불쌍한 것은 그대들뿐이다/천국이 온다고 바라고 있는 그대들뿐이다’.강원도에 사는 나는,아니 우리는 초조하다.절박하다.미루고 쌓아둔 과제가 산을 이루고,지키지 못한 약속이 강처럼 흐른다.58년 전 1960년,시인은 외쳤다.‘새까맣게 손때 묻은 육법전서가/표준이 되는 한/나의 손에 장을 지져라’고.‘도대체 무슨 개수작이냐’고.

 지금 이대로의 강원도는 안 된다.희망의 빛을 살리기 어렵다.많은 일들이 그걸 일깨운다.지금 이대로는 가리왕산 알파인스키장 존치와 ‘올림픽 그후’를 도모하기 어렵다.그 어떤 현안도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다.레고랜드 기립표결에 나섰던 도의원들의 표정을 보라.그것이 무얼 의하는지.변화와 혁신이 없는 행태는 퇴보일 뿐이다.그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그러니 방법부터 혁명적이어야 하지 않겠나.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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