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신구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 서신구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한국 기업의 주가가 동일한 기업가치를 갖고 있는 외국기업에 비해 일반적으로 낮은 현상을 말한다.회계정보의 상대적 불투명성,지배구조의 문제 등과 함께 지정학적 위험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비약이 좀 있지만 우리 도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디스카운트가 있는 듯하다.흔히들 강원도를 ‘감자’니 ‘비탈’이니 비유하면서 강원도의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이다.남북간 팽팽한 긴장과 대치의 최접점,산악위주의 지형과 불편한 접근성,어쩔 수 없이 관광에 속칭 ‘몰빵’(집중투자)해야 하는 취약한 산업여건 등이 강원도 디스카운트를 만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 스스로도 강원도 디스카운트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듯하다.산업화에 필수적인 ‘물과 불’을 공급했던 자긍심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대신 주민 삶에 대한 합당한 배려보다는 군사작전이나 환경보존 목적위주의 규제 때문에 고통과 온기없는 석탄생산지역을 보며 절망감이 커졌을 것이다.디스카운트가 줄어들면 주가가 오르고 주주의 부가 커지듯 강원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강원도 디스카운트를 줄여야한다.특히 지방자치분권 강화가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라면 강원도 가치를 높여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능력을 키워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남북평화시대 도래는 강원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우리는 올림픽 성공개최를 이뤄낸 자신감과 남북평화시대의 물꼬를 텄다는 자부심을 얻었다.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은 덤이다.이를 밑천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강원도가 변방에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중심지가 돼야 한다.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다.최근 도내에서 동계올림픽 유산 활용과 남북경제협력 방향에 대해 학계,언론,민간협회를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논의를 통해 원산과 속초를 잇는 동해안관광특구 개발,남북공동어로수역 설정,DMZ 환경·관광벨트 조성,남·북·러 천연가스관 터미널 유치,북극항로 등 북방물류중심기지 건설,평화산업단지 철원유치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진행과정을 보면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우선 다른 광역지자체들도 남북경제협력에 대해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예컨대 경기도는 DMZ관련 및 평화산업단지 유치에 있어,경상북도는 남·북·러 천연가스관 터미널 및 북방물류중심기지에 있어 우리와 경쟁관계가 될 수 있다.강원도도 이를 잘 알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겠지만,보다 선제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실행전략을 세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또한 DMZ내 GP철거나 가리왕산 스키장을 둘러싼 논쟁도 아쉽다.평화유산,올림픽유산을 말하면서 다 없애면 무엇이 남는가.

물론 GP철거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차지하는 상징적 중요성이 대단히 크다.다만 GP는 분단과 대립의 비극을 미래세대에게 가르칠 대표적 유산이자 강원도의 자산으로,보존가치 등을 따져 보존대상을 더 확대했으면 한다.가리왕산 스키장도 ‘환경보호’라는 원칙은 지키되 지역경제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합리적처리방향이 결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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