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민박·펜션 안전실태 점검하고 응급의료체계 갖춰야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은 강릉 펜션참사가 자살도 타살도 아닌 인재로 밝혀지고 있다.정확한 원인은 경찰과 소방당국의 조사가 끝나봐야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보일러 배기가스 누출에 따른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펜션업주와 당국의 관리 소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더욱이 이번 사고가 수능을 끝낸 고3수험생들이어서 더욱 안타깝다.정부가 교육부총리까지 나서 사태 파악에 나섰지만 드러난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다.1차적으로 사고 원인부터 밝혀야 하겠지만 안전관리에 문제점은 없었는지,사고 이후 환자 수송 및 치료 과정에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이번 참사는 ‘예견된 사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사고가 발생한 민박이 관리 사각지대인 ‘농어촌 민박’으로 등록돼 있는데다 소방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인데도 당국의 관리가 소홀했던 것이다.이같은 정황은 지난 6월 말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감시단이 발표한 자료에 그대로 드러난다.당시 발표에 따르면 조사 대상 농어촌 민박 2만1701곳 가운데 26%인 5772곳에서 불법행위가 적발됐다.건축물 연면적을 초과하거나 사업자 실거주 의무 위반,미신고 상태로 숙박영업,건축물 불법 용도변경 등 탈법내용은 다양했다.사고가 난 펜션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사고가 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응급의료 시스템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소방당국은 사고 현장의 일산화탄소(CO) 농도가 150∼159ppm으로 정상 수치(8시간 기준 20ppm)보다 8배 가까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이런 상황이라면 환자 상태가 어느 정도 위중한지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그러나 강릉권역엔 고압산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과 시설이 부족해 2명의 환자를 원주로 이송해야 했다.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이번 사고를 계기로 응급의료체계를 다시 정비하기 바란다.생명를 다루는 문제여서 지나칠 수 없다.

펜션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특히 강원도에서는 적지 않은 인명사고가 펜션에서 발생한다.투숙객의 실태를 일일이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무엇보다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추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펜션의 안전관리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점검하고,필요하면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