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중독사고 매년 4000여 건,당장 경보기 의무화부터

이번에도 인재(人災)라고 한다.이런 참사가 언제까지 되풀이 돼야 하는가.수능을 마치고 친구 10명과 함께 현장체험 학습에 나선 고교 3학년 학생들이 강릉의 한 펜션에서 참변을 당한 사건이 안타까움을 더한다.너무나 참담하다.뒤늦은 각종 대책회의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정치인들도 유가족을 위로한다며 사고 현장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사후약방문이다.정치인들의 현장방문이 되레 의사,경찰관,소방관 등 사고수습에 여념이 없는 이들에게 방해가 돼서는 곤란하다.

잇따른 안전사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없는 정치의 역할을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이런 유형의 사고에 법·제도적 조치를 마련했어야 할 정치권의 모습이 어땠는가.이번 사고로 사망한 유족들이 형언할 수없는 슬픔을 억누르고 장례를 조용히 치르겠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정치권과 관련 당국이 사고가 날 때마다 뒷수습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역할을 다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정치권과 당국이 이번 사건의 객체가 아니라 뼈아픈 교훈을 찾는 주체가 돼야 한다.

이번 사고는 안전 불감증의 심각성을 일깨워 준다.정부는 사고가 발생해야 안전점검에 나선다.이번에도 뒤늦게 전국 농어촌민박시설 긴급안전점검에 나선다고 한다.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숙박시설 안전기준이 참변을 불렀다.학생들이 묵었던 객실 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정상농도(20ppm)의 8배에 달하는 155ppm이었다고 한다.객실에 설치된 가스보일러 배관이 일부 어긋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스경보기만 설치했어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사소한 방심이 귀중한 생명들을 잃게 만들었다.일산화탄소 중독사고는 2015년 4391명,2016년 4352명,지난해 4122명에 이른다.그런데도 민박시설에 가스경보기 설치 의무화를 하지않은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지방자치단체는 가스경보기 설치 현황조차 없다고 한다.강릉의 펜션과 같은 농어촌 민박은 강원 도내에 5639곳이 있고,강릉이 630곳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당장 경보기 설치 의무화가 시급하다.

집중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 7명중 3명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니 정말 다행이다.나머지 학생들도 조속히 회복되길 바란다.학생들을 치료하는데 인근병원에 설치된 다인용(최대 10명) 고압산소치료기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고압 산소치료기는 귀중한 생명을 살린 것이다.우리사회의 안전실태를 다시 점검하고,응급의료시스템도 보강해야 한다. 이번 참사에서 뼈저린 교훈을 찾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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