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함의 연속.걱정거리가 줄지 않는다.나랏일이 엉망이니 가정경제도 뒤죽박죽이다.‘삼시세끼 굶지 않고 등 따시면 최고’라던 가르침이 공허하다.SNS는 초고속망으로 연결돼 나홀로 ‘칩거’를 허락치 않는다.‘꼭꼭 숨어라.머리카락 보일라’.그래서 어쩌라고?손바닥 안은 딴 세상이다.맹렬한 속도로 움직이는 자판의 배열에 따라 트럼프와 시진핑,문재인,김정은이 시공간을 초월하며 개인의 일상을 뒤흔든다.지금 우리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이런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겠나.청와대도 더 이상 구중궁궐이 아닌 것을.

한해가 저무는 시간,우리는 다시 미꾸라지 얘기를 듣는다.민정수석실 소속이던 한 수사관이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하자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곧 불순물은 가라앉을 것이고 진실은 명료해질 것”이라고 했다.그래서 묻는다.미꾸라지는 누구인가.개울물은 ‘세상’인가,‘청와대’인가.가라앉을 불순물은 사실인가,아닌가.물음에 대한 답은 화자(話者)의 몫.명심하시라.국민들이 궁금한 건 미꾸라지도 개울물도 아닌 단 하나,진실 그것 뿐!

올해 첫 출발은 산뜻했다.한반도를 가로질러 태평양으로 솟구치던 ICBM이 어느 순간 멈췄다.평창 하늘에 울려 퍼진 평화의 종소리는 대륙의 찬 공기를 걷어내며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남북평화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오고 종전선언이 눈앞에 어른거렸다.그러나 대통령의 ‘당당한 외교’,‘자주외교’는 공허했다.혹자는 ‘차려준 밥상도 못먹느냐’고 힐난했지만,그게 아니었다.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는데 어찌 혼자서 북치고 장구를 치랴.봄,여름,가을이 가고 다시 겨울.한반도 상공은 미세먼지로 가득하다.

날씨마저 뒤죽박죽.3일 춥고 4일 따뜻하던 기온은 옛일이 됐다.이젠 춥기를 기다려야 할 처지.날씨가 풀리기 무섭게 미세먼지 공포가 엄습한다.숨을 곳도 없다.초고속망으로 연결된 SNS보다 더 지독하고 고통스럽다.죽음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느낌.한반도를 둘러싼 날씨와 정치,국제외교가 어찌 이리도 닮은꼴인지.동지는 없고 적들만 우글거리는 형국.삼한사온(三寒四溫)에서 삼한사미(三寒四微)로 변한 날씨와 한반도 정세가 다르지 않다.정치외교는 온화하고 남북은 평화로우며 경제는 풍요로워야 하거늘.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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