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 집에 놓인 제 작품 봤을때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죠”
1998년부터 축구의 매력 빠져
김병지 등 다양한 선수 담아내
마라도나 SNS서 본인작품 발견
강원도 선수 담은 작품 구상
작업실·갤러리 빈티지숍 오픈
초상화 제작 등 저변 확대 계획
예술인이 아니라 축구선수들 사이에서 더 유명한 작가가 있다.바로 춘천에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양화가 우희경(32) 작가다.주로 축구선수들을 주제로 한 인물화를 선보여 일명 ‘축구화가’라고 불리는 그는 축구를 그리는 예술가로 정평이 나 있다.축구선수를 캔버스에 옮기며 축구와 예술 사이의 가교를 놓고 있는 우희경 작가를 만났다.우희경 작가는 국내외 축구선수들에게 자신이 그린 선수의 인물화를 전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다비드 비야 선수에게 직접 그린 그림을 전달하기도 했고 김병지 선수도 만나 그림을 선물하기도 했다.또 유소년 축구 교실에 강수일 선수 벽화를 그려 SNS에 올리자 강 선수가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고 2015년 FA컵 결승전 포스터를 그려 수상한 경험도 있다.
축구에 대한 관심은 1998년부터 생겼다.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우 작가는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한일전의 일본 원정경기에서 이민성 선수의 중거리 역전골이 들어가는 것을 보며 축구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이후 2002년 월드컵과 유럽리그 등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둘째 가라면 서러울 자타공인 축구 팬이 됐다.그러다보니 자연히 그림의 소재도 축구선수들이 됐다.가장 많이 그린 선수는 단연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마라도나’였다.슈퍼스타인 만큼 언론이나 경기에 노출될 때마다 회자되는 사건들이 있어 마라도나 그림만 20여개에 이른다.자주 화폭에 등장하는 인물은 주로 90년대 활약한 선수들로 발데라마,나카타,레코바,호나우두 등이 있고 국내 선수로는 김병지,이영표,차두리,이승우 등이 있다.인물화를 주로 그리는 우 작가는 최근 축구 세리모니나 당시 경기상황 등 축구경기의 스토리를 녹여낸 작품들도 작업하고 있다.
우 작가는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있어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하는 것을 좋아했다.적성을 살려 강원대 디자인학과에 입학했으나 컴퓨터 위주의 작업이라 실제 그림을 그릴 기회는 거의 없었다.어느날 일러스트 과목을 수강하다가 수작업으로 그림을 그릴 기회가 생겼는데 다른 수업과 달리 큰 흥미를 느꼈다.작업물을 본 교수님 역시 디자인이 아니라 서양화 쪽에 장기가 있을 것 같다고 추천했고 이후 학업과 관계 없이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전업작가의 길을 걷기 전 디자인회사와 영화 ‘국제시장’ 세트팀으로 일하는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지만 역시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즐거웠다.2014년 춘천에 작업실을 꾸린 우 작가는 벽화와 초상화 의뢰를 받아 일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자신의 작품활동에 열중했다.서울,울산을 비롯해 효자동 인근 축구교실,약사길 담벼락 등 춘천 곳곳의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그의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축구와 예술을 접목해 예술로서 축구를 알리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20대에는 축구를 소재로 한 갤러리 겸 카페를 열고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최근 그 꿈에 한발짝 다가갔다.지난 5월 춘천 시내에 작업실과 갤러리를 겸한 빈티지숍을 오픈하고 작품을 전시하고 축구 유니폼과 축구 관련 상품 등을 비롯한 빈티지 물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또 작품소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미술의 저변확대를 꾀하기 위해 저렴하게 초상화 작품을 판매할 계획이다.여행지 등에서 빠르게 작업하는 인물화가 아니라 작품 의뢰를 받고 며칠 동안 작업해 찾아갈 수 있도록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인다.우희경 작가는 “축구 팬으로서 축구장의 벽화를 그리는 것이 최고의 꿈이자 목표”라며 “스포츠 브랜드나 축구 구단과의 컬래버레이션 작업 등을 통해 많은 축구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승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