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있다.한 해가 저무는 연말이 되면 늘 듣는 말이다.올해는 어느 해 보다 큰 사건들이 많아 이 말을 써야 할 것 같다.2018년은 첫날부터 평화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북한 대표단 파견을 밝히면서 지난해까지 이어진 미사일 발사와 핵 개발 위험의 먹구름이 사라졌다.김여정 등 북한 대표단의 남한 방문은 남북평화시대의 신호탄이 됐다.

평창동계올림픽은 4월 남북정상회담과 6월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남북정상회담은 9월까지 세 차례 열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곧 해결될 것처럼 보였다.남북평화 흐름은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뒀다.강원 도내 시장·군수는 민주당 11명,한국당 5명,무소속 2명이 당선되는 등 도의원과 시군의원도 민주당 압승으로 지방권력이 교체됐다.

그러나 상반기 장밋빛 전망은 하반기부터 꼬이기 시작했다.평창동계올림픽의 영광은 오간 데 없고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면서 평창 홀대론까지 제기됐다.메달을 딴 일부 선수가 폭행과 갑질을 당한 뉴스가 터져 나왔다.지방선거 후유증도 심각하다.도내 시장·군수 18명 중 7명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내년부터 시·군정 업무의 소홀이 우려된다.남북교류도 동력을 잃고 있다.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무산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허언(虛言)이 됐다.비핵화 협상은 막혀 있고,경제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고,한 수사관의 연이은 폭로가 연말을 뜨겁게 달구면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21일 취임후 처음으로 부정평가(46%)가 긍정평가(45%)를 넘어섰다.지난 5월 최고지지율 84%가 7개월만에 절반 가량 떨어졌다.

강원도는 온갖 사고로 더 뒤숭숭하다.평창올림픽 이후의 청사진은 사라지고 집안싸움만 하고 있다.또 KTX 강릉선 탈선사고에 이어 수능을 마친 고교 3학년 10명이 강릉서 참변을 당했다.화천·평창에서는 잇따른 교통사고로 6명이 숨졌다.연초는 창대했으나 연말이 되니 흉흉하다.용두사미(龍頭蛇尾) 형국이다.이제 동짓날(22일)이 지났으니 낮이 길어진다.나쁜 기운은 떨치고 새로운 시작이다.내년은 모든 분야에서 좋은 일이 많은 다사다락(多事多樂)의 한 해가 되기를 빈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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