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이 가볍지 않습니다.감당해야 할 무게가 천근만근 어깨를 짓누릅니다.2018년을 힘겹게 버틴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일 것입니다.그렇기 때문일까요.교수들이 올 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꼽았습니다.일이 성사되지 않아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밀운불우(密雲不雨),‘성공은 그만 두지 않음에 있다’는 뜻인 ‘공재불사(功在不舍)’를 멀찌감치 따돌렸습니다.‘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임중도원은 우리가 처한 현실의 무게를 비교적 정확히 표현하고 있습니다.그러니 힘들더라도 어쩌겠습니까.가야할 길이라면 묵묵히 가야겠지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처음으로 긍정 평가를 앞질렀습니다.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인 50대와 20대 남성들이 변심했다는데 정말 그럴까요.어쨌든 분위기는 험악합니다.먹고살기 힘들고,일할 직장이 없다는 데서 터져 나오는 불만 때문인 듯합니다.국내외 사정도 좋지 않습니다.순탄할 것 같던 남북,북미관계가 냉랭해졌지요.국내정치는 양보 없는 대결구도로 급 전환됐습니다.많은 국민들이 문 정부의 실책을 얘기하고 있습니다.안타깝고 답답합니다.

지난해 교수들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사자성어로 선정했지요.지난 정부의 그릇된 행태를 바로잡아 달라는 당부로 읽혔습니다.이 말을 따르듯 지난 1년은 ‘적폐 청산’이 화두였고 아직도 진행중입니다.일부에서는 노골적인 거부 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부작용도 있습니다.그러나 쌓인 적폐를 그대로 두고 갈수는 없지요.破邪만 있고 顯正은 없다는 안타까운 호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진실을 밝히고,정의를 실현해 달라는 간절한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참 힘든 세월이었습니다.2014년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해였고,2015년은 혼용무도(昏庸無道),2016년은 군주민수(君舟民水)로 기록됐습니다.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했고,어리석은 대통령 아래서 방향을 잡지 못했습니다.참다못한 국민들이 배를 침몰시키는 지경에 이르렀지요.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었습니다.묘하게도 올 해 ‘물들어 올때 노를 저어라’는 말이 회자됐습니다.그러나 그 물이 어떤 물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배를 띄우는 물인지,침몰시키는 물인지….그러니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합니다.다시 과거로 되돌아 갈수는 없으니까요.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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