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해맞이-태백산 장군봉
어둠· 추위 이겨내고 산행
오전 4시 이전 출발 정상 올라
수령 200년 주목군락 장관
눈꽃·능선·운해 절경 속 일출

2018년 무술년(戊戌年) 한해가 어느새 끝자락에 왔다.책상 위 달력에는 계절별 희로애락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누군들 아쉬움이 없으랴.잘 버티고 이겨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자.훌훌 털고 힘차게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맞이하자.설렘 가득한 새해 첫 시작은 해돋이를 빼놓을 수 없다.누구나 경험한 바다가 아닌 산에서 일출을 만나는건 어떨까.태백산은 온통 은빛이다.만발한 눈꽃의 절경과 백두대간 능선 위로 솟아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바라보며 희망찬 새해를 설계해보자.

▲ 태백산 일출
▲ 태백산 일출


우리나라 10대 고봉 중 하나인 해발 1567m의 태백산 장군봉에서 일출을 보는건 행운이다.

아무런 도전 없이 단순히 뜨는 해를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운무와 능선을 가로지르는 칼바람 속에서 뚝심과 인내로 버틴 사람에게만 일출을 허락한다.그렇기에 태백산에서의 새해맞이는 평생 잊지 못할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다.태백산은 천제단이 있는 영봉을 중심으로 북쪽에 장군봉,동쪽에 문수봉,영봉·문수봉 사이의 부쇠봉으로 이뤄져 있다.

대표 등반로는 당골과 백단사,유일사 등 3곳이다.암벽이 적고 경사가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오를 수 있다.다만,랜턴 불빛에 의지해 칠흑같은 어둠,영하 20도의 강력 한파,살을 에는 매서운 칼바람을 헤치고 정상에 도전해야 한다.머리부터 발끝까지 안전점검은 필수다.해맞이객은 새벽 4시 이전 산행에 나선다.태백산 정상에서의 일출 시간은 대략 오전 7시38분쯤.유일사에서 천제단으로 오르는 길은 살아 천년,죽어 천년을 간다는 주목군락의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평균 수령 200년 가량 된 수천그루의 늠름한 주목은 태백산의 호위무사처럼 능선을 에워싸고 있다.

태백산 천혜절경과 신성한 기운 탓인지 험한 눈길인데도 힘들지 않다.시간도 금방 간다.눈깜짝할 사이 천제단이다.천제단은 수천년 동안 기도처로 이용되고 있다.천제단 북쪽에는 태백산 최고봉이자 일출 명당인 장군봉이 있다.가히 우리네 고단한 인생사를 들어주는 넉넉하고 푸근한 위용을 자랑한다.주목과 순백의 눈꽃,하늘,능선과 맞닿은 출렁이는 운해는 장군봉 절경의 죽마고우다.운해를 뚫고 붉은 해가 서서히 떠오른다.숨이 멎을 듯 로맨틱하다.엄숙한 감정이 요동친다.자 이제 소원을 빌어보자.하나의 해가 뜨지만 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다짐,기대,소망은 가지각색이다.취업,승진,결혼,임신,사업 대박,무병장수 등 무궁무진하다.지금이야 태백시민들의 소원이 다양했지 2~30년 전만해도 한결같은 기도는 일 나간 광부 남편들의 무사귀가였다.탄광의 부귀영화 뒤에 감춰진 태백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태백산 장군봉에서 일출을 볼 수도 있고,못 볼 수도 있다.그것은 중요하지 않다.민족의 영산 태백산을 오르는 자체만으로 새해 바람과 도전은 성공했기 때문이다. 김우열 woo96@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