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울의 식민지냐.서울 외곽도로라는 명칭을 빼라”.이 말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9일 수도권 3기 신도시 입지와 광역교통개선 대책발표장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보는 가운데 사족(蛇足)임을 전제로 속내를 드러낸 핵심문장이다.그는 “정부 발표내용에 서울 외곽도로 명칭 등이 있다”며“이는 단순히 이름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도민 입장에서는 중요한 일이어서 대등한 지방자치단체로 존중받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뼈있는 발언을 했다.경기도·인천시와 17개 기초자치단체는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바꿔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 지사의 발언은 ‘지방은 서울의 식민지’로 압축된다.경기는 서울보다 면적이 넓고 인구가 많은데도 서울 외곽인 지방이라고 칭한다.수도권 3기 신도시는 경기도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울시민을 위한 것인데도 말은 수도권이라고 붙였다.이 지사가 열 받을 만하다.경기도도 이런데,강원도는 말하면 뭐하겠는가.강원 도내 미분양 아파트가 5350가구인데 내년에 1만6452가구가 분양된다고 한다.여기에 수도권 3기 신도시 12만2000가구를 분양하면 어떻게 되나.지방소멸이다.이날 정부 발표 면적의 기준은 또 여의도였다.전국민이 여의도 면적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모든 기준이 서울로 통한다.

모든 기준이 서울이라는 인식은 뿌리 깊이 박혀있다.최근엔 모든 분야에서 서울 집중이 심화하면서 서울 초집중화로 부르고 있다.그 중심에 대학이 있다.인(in) 서울 선호 현상이 늘어 나고 있다.이를 반영하는 것이 정부의 대학 정원 감축의 75%가 지방대다.사람들이 서울로 몰리면서 ‘서울의 똑똑한 집 한 채가 지방의 여러 채보다 낮다’는 말은 진리처럼 여기고,서울사람과 지방사람이 다르게 들린다.일종의 계급화 현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나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국회의원 선거구다.20대 국회의원 선거구 253개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122개로 절반수준이다.현재 정치권이 논의하는 연동제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서울 공화국 현상은 더 강해지고 지방의 목소리는 더 작아진다.춘천 출신 마강래 교수가 쓴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는 책은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지방의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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