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박물관 드농관 넓은 계단 위 높게 솟은 바람가르는 ‘승리의 여신’
날개 가진 니케 옷 착 감기게 조각, 우리 불상조각 유사
머리·팔 파손 실종 불구 헬레니즘미술 잘 드러내는 작품

▲ 사모트라케의 니케,기원전 200-190년,대리석,높이 2.4m,루브르박물관.
▲ 사모트라케의 니케,기원전 200-190년,대리석,높이 2.4m,루브르박물관.
고대 그리스 미술 여행은 또 다른 유럽 여행이 되기도 한다.파르테논의 진품들을 보기 위해서는 런던을 가야한다.조각으로 가득한 페르가몬 제단을 보기 위해서는 베를린의 페르가몬미술관을 가야만 한다.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도 마찬가지다.그게 유럽 박물관들이 문화재 약탈과 환수에 대한 논쟁을 유발하기도 한다.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건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꼭 자국(自國)의 작품만을 최고라 여기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루브르에서 보물 같은 작품들이 가장 많은 드농관의 넓은 계단을 오르려할 때 마주치는 높게 서 있는 조각상이 있다.‘사모트라케의 니케’ 여신상이다.니케(Nike)는 영어로 읽으면 ‘나이키’다.스포츠브랜드 나이키가 바로 이 니케다.나이키 로고도 이 날개에서 나왔다고 한다.그리스 신화에서 니케는 ‘승리의 여신’이다.로마신화에서는 빅토리아로 부르고 있다.그게 승리라는 말인지도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사모트라케는 이 작품이 발견된 섬의 이름이다.루브르의 유명한 작품 ‘밀로의 비너스’가 밀로스 섬에서 발견된 비너스라는 것과 같은 식의 작품 제목이다.그리스 반도와 터키의 소아시아 반도 사이의 바다가 에게 해인데,이 바다를 중심으로 가득 흩어져있는 섬들과 양쪽 연안 모두에 원래 그리스 문화가 퍼져있었다.온통 하얀 마을 산토리니 섬이 에게 해의 남쪽에 있다면 사모트라케 섬은 북쪽으로 붙어있다.그 섬에서 수많은 파편들로 발견된 것을 백여 년 전 오랜 시간을 두고 복원해 살려낸 것이 이 작품이다.

날개를 가진 신 니케는 바람을 가득 맞으며 뱃머리에 발을 내딛고 있다.바람은 옷이 착 감겨 붙게 하여 몸의 세부가 보일 듯 드러나게 한다.여신의 가슴과 배는 물론이고 양쪽 다리와 무릎까지도 눈으로 읽기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다.신체를 감싸고 있는 이런 옷 표현은 우리의 불상조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출렁이는 옷 주름과 인체가 드러나는 조각은 승리를 위해 전함 뱃머리에 이 여신이 내려선다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영화 타이타닉에서 드레스를 입은 여주인공이 팔을 벌리고 뱃머리에 서 있던 모습의 연출이 빛을 발한 것도 이 작품이 드러낸 미장센(mise-en-scene)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기원전 200년경에 만들어진 헬레니즘 조각이다.파르테논 시대의 그리스 미술을 원래의 클래식이라고 한다면 또 다른 고대 그리스 고전의 하나가 헬레니즘 미술이다.그리스인들은 스스로를 헬라인이라고 불렀다.한자로 희랍(希臘)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성경에서 사도 바울의 전도지인 헬라의 여러 지방,예컨대 데살로니가나 고린도도 오늘날 그리스의 테살로니키와 코린트를 말하는 것이라 할 때의 그 그리스인 것이다.헬레니즘은 알렉산더 대왕이 이루어놓은 대제국의 문화를 말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 알렉산더가 약관의 나이에 그리스 북방 마케도니아의 왕이 된 이후 불과 13년 동안 북아프리카와 인도의 간다라지방까지 세계정복을 이루었던 것이다.그의 사후 곧 4개로 분열되긴 했지만 이 제국의 미술을 헬레니즘 미술이라고 부르고 있다.그것은 그들이 정복한 그리스 문화를 또한 그들이 정복한 모든 곳에 그대로 전파한 것이기도 했다.간다라미술과 불교 조각도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기원전 8세기에 나온 불교가 간다라미술 이전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형의 불상이 없던 게 이를 설명해주고 있다.

루브르의 인상을 이 작품 사모트라케의 니케 여신상이 펼쳐주는 것은 극적이다.흰 대리석으로 날개를 펼치고 승리의 소식과 함께 바람을 가르며 우아하게 발을 내딛고 있는 조각상,머리도 팔도 발도 깨져 없어져 버렸지만 아름다움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희미한 고대의 흔적과 파편을 모아 이처럼 찬란한 미술을 살려낸 루브르야말로 진정한 미술관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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