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인문학,정신적 삶 위한 영혼의 집으로 가는길
노숙인 자립 의문·고민 근본적으로 되묻기 위한 시도

▲ 최윤구 노숙인자활시설 강릉희망의집 소장
▲ 최윤구 노숙인자활시설 강릉희망의집 소장
강릉희망의집은 노숙인을 위한 자활시설이다.숙식과 의료구호,상담,자활프로그램 등을 통해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다.노숙인들이 자립해 평범한 이웃으로 살아가도록 안내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이곳을 거쳐 간 분들은 참 많다.한 분 한 분 떠날 때마다 우리는 그들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소망한다.떠나는 사람과 직원 모두의 한결같은 바람이다.그런데 그분들은 번번이 되돌아온다.한 번,두 번,세 번… 열 번.

오래된 일이지만,대도시의 백화점에 가서 처음 회전문을 이용했던 뼈아픈 기억이 떠오르는다.제 딴에는 회전문을 통과했다고 생각했는데, 빠져나와보니 제자리였다.귀신들린 문이란 생각이 들었다.저에겐 지금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통과하기 어려운 문으로 남아있다.

그럼 강릉희망의집에 바로 그 악명 높은 회전문이 달려있는 걸까?몇 번이나 살펴봤지만 귀신들린 문 같은 건 없다.그런데 왜 그분들은 자꾸 돌아오는 걸까?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오랜 세월 생각하고 또 생각해본다.그러다 이르게 된 낯선 결론 하나,‘가난한 사람들에게 정신적 삶,인문학을 가르쳐야 한다’였다.이것은 소외계층을 위해 정규대학 수준의 인문학 과정인 클레멘트 코스를 만든 얼 쇼리스의 유일하고도 단호한 주장이다.

그래서 시작했고 올 한해 이 낯선 길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그리하여 지난 11월 29일,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 강의실에서 노숙인의 정신적 삶을 위한 ‘희망의 인문학’ 과정 수료식이 있었다.꼭 아홉 달이 걸렸다.모두 25강을 진행했고 13명의 노숙인이 108회에 걸쳐 강의에 참여했다.정말이지,누가 뭐라 건 박수를 보내고 싶다.손바닥이 시뻘게지도록.‘노숙인에게 인문학이라니’.이렇게 반문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그만큼 노숙인을 대상으로 인문학을 진행하는 일은 점잖게 말해도 모험이거나 배짱일거다.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강릉아산병원의 지역협력사업으로 선정되는 행운이 있었기 때문이다.한마디로 운 때가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희망의 인문학’은 노숙인의 자립에 관해 지금까지 제기됐던 의문과 고민을 근본적으로 되묻기 위한 시도다.누구나 비슷하겠지만,삶을 극복해야 할 무엇이라고 믿었던 거 같다.그러다보니 ‘지금 여기’를 자꾸 부정하게 된다.나는 여기 있는데 다른 데서 자꾸 나를 찾게 된다.그런데 ‘희망의 인문학’은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리는 통에 지금까지 가려져있던 삶의 다른 측면을 드러내 주는 일이었다.‘왜 사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노숙인의 정신적 삶을 위한 ‘희망의 인문학’은 그래서 집으로 가는 길이다.영혼의 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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