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 해’
다산과 재산 상징·신성한 존재
최치원 부친 금돼지 설화 전해
역사 속 기해년 전쟁없고 평탄
돼지는 한자로 ‘豚(돈)’ ‘猪(저)’ ‘豕(시)’ ‘亥(해)’ 등으로 쓰이는데 이 가운데 흔히 집돼지를 일컬을 때 쓰는 돈(豚)이 화폐를 뜻하는 우리말 ‘돈’과 발음이 같아 ‘돼지’하면 돈과 재물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됐다.예로부터 돼지는 길상의 동물로 여겨져 돼지가 나오는 꿈을 길몽으로 여겼다.또 중요한 일이 있을 때 고사 상에 돼지 머리를 두고 절을 하며 입에 돈을 물린 것도 돼지가 횡재를 가져다준다고 믿었다.신화와 설화 속 기록에서도 돼지가 등장하는 기록들이 있다.신라시대 학자 최치원의 아버지가 금돼지였다는 설화가 있어 돼지가 하찮은 동물이 아닌 신성한 존재로 받아들여졌음을 알 수 있으며 ‘고려사’에서는 왕건의 조부인 작제건이 선물로 받은 돼지가 누운 자리를 보고 새로운 도읍지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역사 속 기해년은 대체로 큰 기근이나 전쟁이 없는 평탄한 해를 보냈지만 크고 작은 재난과 사건은 있었다.1479년 기해년은 조선 왕실의 내부 갈등이 극심했던 해로 연산군의 생모 윤씨가 성종의 얼굴에 생채기를 낸 것을 계기로 폐서인 돼 사가로 쫓겨난다.1599년 기해년은 1598년 임진왜란이 끝나고 평화를 맞았던 원년으로 서민들은 황금돼지해를 축복으로 여겼으며 1659년 기해년은 조선 17대왕인 효종이 승하한 해로 상복을 몇 년 입느냐를 두고 ‘예송논쟁’에 휩싸인 해다.1839년에는 ‘기해박해’로 3명의 서양인 천주교 신부를 비롯해 119명의 천주교인이 처형되거나 투옥됐다.1959년은 6·25 전쟁의 상흔이 채 치유되기도 전 민족의 명절 추석연휴에 태풍 ‘사라’가 한반도를 강타해 사상 최대의 인명피해를 안겼다. 한승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