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989명 작은마을 북산면
주민 모여 풍년기원 ‘금고식’
교육·문화 등 인프라개선 소망

“새해에는 가격 하락 걱정없이 농사 좀 지어봤으면 좋겠어요.”

기해년 새해가 된 지 이틀이 지난 2일.춘천 외곽에 위치한 북산면도 모처럼 새해를 맞이한 설렘에 오전부터 마을이 시끌벅적했다.올 한 해 풍년을 기원하는 금고식이 끝난 후 주민들은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저마다 건강과 안녕을 빌었다.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은 희망으로 가득찼지만 북산면을 둘러싼 여건을 생각하면 주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지난해 말 기준 북산면 인구수는 989명.1000명도 채 되지 않는 초미니 마을이다.60대가 ‘젊은이’ 소리를 듣는 전형적인 시골로,한 때는 각 리마다 초등학교가 들어섰지만 이제 지역 유일한 학교인 추곡초등학교 학생수는 11명에 불과하다.아기 울음소리를 들어본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주민들의 새해 소원도 지역 인프라 개선과 농가 소득 안정이다.엄기준(64)씨는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 생활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젊은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노년층만 남았다”며 “교육·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시골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표(62)씨는 “제조업 분야 경제지표는 민감하면서 농산물 가격 하락은 딴 나라 얘기로 치부한다”며 “영세 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농산물 가격이 안정화 되고 은연 중에 자리잡은 시골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양섭(65)씨는 “농민연금처럼 농업인들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그만 시골 마을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목욕탕과 이미용실을 갖춘 행복센터가 올해 안에 들어설 예정이다.행복센터가 다 지어지면 주민들이 차로 40여 분을 달려 시내 중심지까지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신북,북산,동면 등 강북지역 이장들이 모여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제철 북산면 이장협의회장(춘천시이통장연합회장)은 “이제는 지자체가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라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스스로 가꾸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새해 춘천시에서도 일괄적인 지원이 아니라 농가별 맞춤형 지원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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