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백 전 양양우체국장
▲ 정호백 전 양양우체국장
오색령은 한계령과 함께 부르는 명칭으로 5가지색 꽃이 피는 나무가 있었다고 하여 이름지어졌다 한다.편의상 전체를 칭할 때는 한계령,동쪽을 칭할 때는 오색령이라 한다.오색령이 품고 있는 오색약수,주전골,미천골,만경대 등은 너무도 잘 알려진 명소이다.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한계령은 한적해지리라는 예측이 있었다.수많은 터널과 직선화된 도로는 순식간에 거리를 단축시켜 시간절약의 효과는 있을 지는 몰라도 여유와 아기자기한 풍광을 놓치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그래서 현명한 사람들은 단숨에 고속도로로 동해안을 관광하고 돌아갈 때는 아날로그 취향으로 고갯길을 넘으며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곳이 한계령이다.바쁘고 조급한 마음으로 휙휙 지나가는 도로를 가다가 이런 구불구불 고갯길을 지나면 마음에서부터 온몸이 힐링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계절별 오색령은 사나우면서도 부드럽고,웅장하면서도 소박하고,온화하면서도 화려하고,거칠면서도 포근하다.봄에 보는 오색령은 산벚꽃을 비롯한 이름모를 꽃들이 초록의 산하를 수놓아 마치 무릉도원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화려하게 피는 벚꽃과 산속에서 소박하게 은은하게 피는 산벚꽃을 멀리서 보는 멋은 또 다른 풍경이다.여름에는 초록의 산하에 줄기차게 흘러가는 계곡 물줄기와 계곡사이를 가르는 바람이 시원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찾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한여름에 에어컨바람같은 계곡의 공기를 쐬며 주전골,미천골을 걸어 만경대에 이르러 보라.도심의 아파트속에서 에어컨이 시원해도 이에 비견할 수 있으랴.

가을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단풍관광의 명소 이름 그대로 오색의 단풍이 온 산하를 뒤덮어 찾는 이로 하여금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몇 년 전 개방한 만경대에 오르면 신선의 경지에 든 느낌을 받는다.이때는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과 주차한 차량으로 도심의 거리를 연상케 한다.겨울의 눈 덮힌 오색령 고갯길가의 상고대는 인간의 경지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선사한다.눈 또는 얼음으로 하얗게 감싼 나뭇가지들은 신의 손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고귀한 예술 작품이다.양양 근무할 때 스노타이어를 장착했지만 아예 승용차바퀴에 체인을 감고 눈내린 도로를 지나며 상고대를 감상한 적이 있다.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신이 만든 고귀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계령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경치들은 다양하다.우선 멀리 넓게 보이는 동해바다는 우리의 마음을 확 트이게 하고 미래의 꿈이 꿈틀거릴 정도의 힘을 간직한 웅장함과 경건함이 깔려 있다.시야를 조금 좁히면 좌우로 웅장한 기암괴석의 바위들이 우리들을 굳센 의지와 각오를 다짐하게 한다.더 시야를 좁히면 구불구불한 뱀길 같은 도로들이 눈을 통과하여 내장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묘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여기서 커피한잔을 마시면 지금부터 하는 모든 일들이 잘 될 것만 같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커피란 음료는 입으로 마시지만 목을 통하여 온 몸의 나쁜 기운을 잡아 주면서 마음을 평안하게 한다.한계령 정상에서 마시는 커피는 이런 기분을 백배 천배 더한다.새해가 아니라도 좋다.자~ 이제 한계령으로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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