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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줏대감 주목

황장진 2019년 01월 03일 목요일
▲ 황장진 수필가
▲ 황장진 수필가
한반도의 등뼈인 백두대간을 타고 헉헉대며 이름난 높은 산등성마루에 다다르면 꼭 고개를 쳐들고 반기는 터줏대감 주목이 있다.온갖 눈,비바람이나 더위 추위에 줄기나 가지들이 꺾어지고,비틀어지고,속이 썩어서 텅텅 빈속을 가졌어도 그들의 모습은 주위 나무들을 거느린 의젓한 터줏대감이다.정선의 두위봉을 지키고 있는 주목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한 그루는 자그마치 1400살이나 되었다.고구려,백제,신라 3국 시대를 지켜본 터줏대감들이다.둘레가 무려 세 아름이나 된다.

천연기념물이다.줄기가 곧바르고,모양이 반듯하고,병충해에 강해 비교적 기르기도 쉽다.정원의 앞쪽이나 학교나 관공서,기업체,공원 등에서 기념식수용이나 동산꾸미기로 곧잘 쓰고 있다.높은 산에서만 살던 것이 세월이 흐르다보니 이들의 참값이 널리 알려져 판판한 바닥까지 내려와 뭇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소나무 다음으로 많이 쓰일 정도다.주목은 나무껍질이 불그스레하고 속살도 붉어 주목(朱木)이란 이름이 붙었다.옛사람들에게 는 잡귀신을 물리치는 데 쓰이는 벽사나무였다.

몸통에서 ‘택솔’(Taxol)이라는 항암물질을 만들어내기에 나무를 썩게 하는 미생물들도 함부로 덤비지 못한다.택솔은 난소암,유방암,폐암,위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식도암,전립선암,결장암,방광암 등 여러가지 병에 좋은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주목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그 약성을 처음 발견해서 염증 치료약으로 널리 써오던 것을 미국에서 항암성을 연구하여 세계에 널리 알려진 것이란다.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예전부터 신장염,부종,당뇨병 등에 민간약으로 써온 나무다.붉은 줄기에서 빼낸 액은 궁녀들의 옷감에서 임금님의 곤룡포까지 옷감을 물들이는 데 쓰였다.지금은 감기 특효약으로 사랑을 받는다.

일찍이 속살이 좋다는 걸 안 절대 권력자들은 자신의 주검을 감싸 줄 목관으로 주목이 제1이라고 생각했다.서양에서도 주목을 널감으로 쓴 예가 여럿 있다.경주 금관총,평양 낙랑고분,길림성 환문총 고구려 무덤의 나무 관이 모두 주목으로 쓰였다.200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낙랑고분의 주목 관은 거의 원형 그래도 남아 있다.고급 활을 만드는 재료로,임금을 알현할 때 손에 드는 홀로,몸을 나누어 주어야 할 곳이 많기도 했다.

분홍빛 고운 열매는 갸름하고 작은 컵처럼 생겼다.가운데에 흑갈색의 열매를 품고 있다.아스라이 3억 년 전부터 지구촌에 자리를 잡았고 한반도에서 새 둥지를 마련한 것은 200만 년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어릴 때부터 많은 햇빛을 받아들여 더 높이 더 빨리 자라겠다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천천히 숲속의 그늘에서 적어도 몇 세기를 내다보며 여유를 부렸다.세월이 흐르면 성급한 주위의 나무들은 어느새 한명을 다할 것이니 조용히 기다릴 뿐이다.한겨울 모진 추위와 세찬 바람 속에 눈을 푹 뒤집어쓰고서도 늘 푸름 그대로 늠름하다.종일토록 바쁘게 살아가는 우린 터줏대감 주목들의 굳센 삶의 형태를 곱씹어 보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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