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합니다’.지난해 1월 29일,서지현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이말 한마디는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그는 검찰 내부에서 성추행·성희롱뿐만 아니라 성폭행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폭로했다.이어진 인터뷰에서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그 피해가 절대 본인의 잘못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말을 전해 주고 싶다”고 했다.미투 운동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문화계와 정치 스포츠계로 번진 미투운동은 이후 ‘내부고발(공익제보·공익신고)’로 이어졌다.우리사회의 음습하고 더러운 문화가 까발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공공기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와 공익제보는 비밀을 공개하거나 폭로하는 방법이다.그렇다면 이 비밀은 어떤 의미일까.1967년 미국에서 처음 정보자유법이 시행될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램지 클라크는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가장 큰 적은 비밀이다”고 일갈했다.조직의 부정이나 불법을 비밀로 포장해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불법과 부조리가 은밀해지면서 적폐로 쌓인다.그러나 ‘내부고발’은 말처럼 쉽지 않다.내부 고발에 따른 비난과 낙인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재벌의 부동산 소유실태를 공개했다가 파면된 이문옥 전 감사관과 군 부재자투표 부정을 알렸다 구속된 이지문 중위,9억4000만 원대 계룡대 군납비리를 폭로한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은 ‘공익 제보’로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냈지만 혹독한 후폭풍에 시달렸다.진실을 은폐하려는 거대 조직과 집단의 집요한 공격을 받은 것.물론,부정 행위를 고발·신고한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있긴 하다.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공익제보자에 대한 인신공격과 협박이 난무한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언행이 연말 연초 정국을 강타했다.어제는 자살 소동까지 빚어졌다.그는 “청와대가 KT&G 사장 교체에 개입했으며 적자국채를 발행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며 이를 공익제보라고 주장했다.반면,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이 공무상 비밀누설금지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그러나 개운치 않다.무엇이 비밀이고,공공기록물인가.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 공익적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중요한건 그의 폭로가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 그 자체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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