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록 편집부국장·정치부장
▲ 송정록 편집부국장·정치부장
평창동계올림픽의 상징을 묻는다면?먼지처럼 사라진 개폐회식장,KTX,빙상경기장.필자는 주저없이 가리왕산을 꼽는다.가리왕산은 평창을 가능하게 한 처음이자 끝이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강원도는 가리왕산이라는 말을 입에도 올리지 못했다.그 서슬퍼런 환경부나 환경단체들이 두려웠기 때문이다.가리왕산은 휴전선 남쪽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남자활강경기가 가능한 표고를 가지고 있었다.도는 가리왕산을 중봉지구라고 에둘러 표현해야했다.

그만큼 환경에 대한 우려가 컸다.도와 평창유치위는 필사적으로 자료를 찾아 가리왕산 일대에서 화전(火田)이 광범위하게 진행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환경단체 주장대로 태고의 자연림은 아니라는 명분을 얻은 것이다.도와 유치위는 욕조에서 뛰어나와 ‘유레카(찾았다)’를 외쳤다.그러나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결국 가리왕산의 생태적 가치냐 올림픽이냐라는 선택이 던져졌다.정부와 강원도는 올림픽을 택했다.정부와 유치위원회,강원도는 IOC의 기호에 맞춰 가리왕산 일대는 활강경기장으로 남게될 것이라고 약속했다.이어 2013년 5월 올림픽 대회지원위원회 회의에서 가리왕산 사후활용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생각이 달랐다.정부는 2017년12월 생태복원추진단 회의를 열어 전면복원을 결정했다.올림픽 개최 불과 두달 전이다.올림픽 준비로 없는 손도 빌려야할 말큼 정신없던 시기였다.정부는 도가 제대로된 활용계획을 내지않았다며 일방적으로 전면복원을 결정했다.정부는 2000억원이 넘는 복원비용과 완벽한 전면복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은 귀를 막았다.과거 정부의 약속은 얘기조차 꺼내지 않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조차 “알파인 스키장 현장을 방문하고 보니 완전복원을 해야하나라는 회의가 들었다”며 사회적 합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론 강원도의 미숙한 대응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정부의 전면복원 요구를 수용하면서 부분활용과 같은 현실적인 대안을 논의하자는 시각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 상황의 엄중함에 비하면 한가한 이야기다.당장 도와 정선군,지역주민들은 정부가 현 상황에 대한 대안이나 해결의지가 있느냐는 데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산림청장이나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현장에 들러 주민들을 만났지만 명분축적에 불과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산림청이 전면복원을 전제로 주민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은 말장난에 가깝다는 것이 지역 반응이다.

이제는 청와대와 정치권이 답해야한다.정부가 자기 결정을 스스로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그 결정이 산림청을 포함한 힘없는 정부관계자들의 독자적 판단이라고 믿는 이들도 없다.그렇다면 이들의 손발을 묶어놓은 보이지 않는 손이 이제 그들을 자유롭게 해 주어야한다.그들에게 영하 20도가 넘는 혹한 속에서 정부입장을 기다리는 주민들의 구호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수 있다.그러나 지역과의 소통을 거부한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점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언제 어떻게 메아리가 함성으로 변할 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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