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은 원주소방서장
▲ 이병은 원주소방서장
지난해 6월 영국과 8월 UAE에서 각각 고층건물 화재가 발생했다.두 화재의 피해상황이 완전히 다른 결과로 나타나면서 적절한 소방시설유지·관리의 중요성이 새삼스레 재조명받고 있다.영국의 그렌펠타워 화재에선 ‘사망 100여명’‘건물전소’라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반면,두바이 토치타워 화재는 건물외벽 소실 외 인명피해는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그렌펠타워는 1974년 준공된 아파트로서 고층에 설치하는 스프링클러가 없었고 자체 소방시설도 유지·관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보도되고 있다.그에 반해 두바이 토치타워는 그렌펠타워와 비슷한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하게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었고 유지·관리도 잘 되어 인명피해를 막는 것이 가능했다.

우리나라도 올해 초 서울 세브란스병원 화재가 신속한 대응의 대표적 사례다.이 대학병원은 화재가 발생하자 119에 신속하게 신고하고 평소 훈련한 화재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며 소방시설도 정상 작동돼 초기 진압에 성공했다.그 결과,피해를 최소화시켰고 300여명의 환자가 신속하게 대피해 많은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소방시설의 설치 및 유지관리에 대한 문제점과 중요성을 동시에 일깨워준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에 소방에서는 문제가 됐던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체점검(작동기능점검, 종합정밀점검) 실시,관계인을 위한 소방시설 점검기구 대여창구 운영,지역대학과 협업 점검 실습장 운영 및 점검요령 동영상 제작·배포 등 다양한 자율방화체계 향상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또한 시설 유지관리 강화와 관계인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 강원도 소방시설 등에 대한 불법행위 신고포상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실제 최근 원주시 우산동 한 복합상가에서 주인이 잠든 사이 반려고양이가 인덕션 버튼을 눌러 발생한 화재에 주방일부가 불에 탔으나 곧바로 정상 작동한 스프링클러에 의해 자체 진화돼 인명피해를 막았을 뿐만 아니라 대형화재로 번지는 것도 차단할 수 있었다. 이처럼 화재사고가 빈번하게 이어지면서 그때마다 소방법이 강화되고 있으나 기존건물에는 적용되지 않다보니 오래된 건물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경우 피해를 키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화재발생의 위험성이 가장 높은 겨울의 중심을 지나고 있다.추운날 화재진압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의 고생도 크지만 화재사고로 인해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는 고통에 비하면 견줄 바도 아니다.모두가 미리 조심하고 철저히 대비한다면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켜 위와 같이 안타까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화재안전관리에 있어서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관련 업무를 철저히 수행해야 하지만 아직 우리사회 곳곳에는 안전기준과 수칙을 가벼이 여기는 안전불감증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화재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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